23일 찾은 울산 울주군 세계식품 울산공장. 높이 약 2m, 길이 4.5m 크기의 인공지능(AI) 선별기에 달린 센서 카메라 4대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쏟아지는 아몬드들을 실시간으로 스캔하고 있었다. 껍질이 반쯤 벗겨진 아몬드는 불량품 라인으로, 단단한 아몬드는 생산 라인으로 자동 분류됐다. 선별된 아몬드들은 로스팅과 표면에 당을 입히는 공정을 거친 뒤, 원통형 기계 안에서 허니버터 가루로 고르게 버무려졌다. 이어 숙성과 포장을 마치면 소비자에게 익숙한 ‘머거본 허니버터 아몬드’가 완성된다.
이날 견과류 스낵 브랜드 ‘머거본’을 운영하는 세계식품이 울산 신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신공장은 기존 부산 영도와 경기 군포 공장 등에 흩어져있던 견과류·육포·어포 라인을 한데 모은 통합 생산기지다. 총 1000억 원을 투입해 지상 4층, 3개 동 규모로 건립됐으며, 연면적은 2만7673㎡(약 8370평)에 이른다. 공장 증설로 연간 생산능력은 1만4000톤(t)으로 기존(9000t) 대비 1.6배 이상 확대됐다.
세계식품이 울산 신공장을 세운 건 K-견과류 스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급증한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세계식품의 해외 매출은 2021년 1000만 달러(약 144억 원)에서 2022년 1200만 달러(약 172억 원), 지난해 1600만 달러(약 230억 원)로 늘었다. 수출국은 일본, 미국, 중국, 베트남 등 20개국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차지했다. 세계식품은 신공장을 통해 해외 수출 물량을 현재 15% 수준에서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K스낵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트럼프발 관세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세청이 8월 대미 수출 중소·중견기업 66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53.8%)이 상호관세 영향으로 올해 대미 수출액이 10~5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세계식품의 글로벌 사업 핵심 국가 중 하나다. 최근 5년간 미국의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약 10%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관세 리스크가 커지면서 세계식품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수출 불확실성에 대비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세계식품 관계자는 “생산능력이 확대된 만큼 관세 리스크를 고려해 중동에 이어 남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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