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축구에 빠졌죠… 이젠 축구 없인 못 살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30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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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황새울공원 축구장에 누운 채로 공을 차는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남편과 아들을 따라 지난해부터
 축구를 시작한 그는 매주 3회 축구를 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성희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황새울공원 축구장에 누운 채로 공을 차는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남편과 아들을 따라 지난해부터 축구를 시작한 그는 매주 3회 축구를 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주부 이성희 씨(37)는 2015년 9월 결혼한 뒤 신혼여행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갔다. 축구광인 남편이 FC 바르셀로나 경기를 꼭 봐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네이마르(브라질)가 이 팀에서 함께 뛰고 있을 때였다. 그때부터 메시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됐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 축구를 하는 아들을 따라다니다 직접 축구도 시작했다. SFA(Sports For All)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점 어머니 축구단에서 매주 2회씩 공을 차고 있다.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따라 축구장을 다녔어요. 남편이 연예인 축구단 등 여러 팀과 경기를 했죠. 자연스럽게 축구를 좋아하게 됐고, 아들이 축구 하는 팀에서 어머니 축구 회원도 모집한다고 해 시작했죠. 완전 신세계였죠. 이젠 축구 없는 삶은 생각하지 못해요.”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운동과 담쌓고 살던 그에게 축구는 삶의 활력소가 됐다. 2017년 아들을 낳은 뒤 출산 후유증으로 몸이 좋지 않아 필라테스로 몸을 만들기는 했지만 달리며 공을 차는 등 스포츠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천지 차였다. 공을 쫓아다니며 차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갔다”고 했다.

이 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씩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올해부터는 프로축구 K리그2 성남 FC에서 개설한 ‘축구학개론’ 심화반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에도 2시간씩 공을 찼다. 축구학개론은 2017년 시작된 성남 FC의 지역 밀착 프로그램이자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축구 클리닉이다. 이 씨는 “여성축구단 회원 중에 성남 FC 서포터스가 있었는데 축구학개론이라는 게 있다고 해서 축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등록했다”고 했다.

“보통 여자들은 축구를 잘 안 하잖아요. 필라테스나 요가, 수영 등 개인 스포츠를 주로 하죠. 그런데 11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축구를 하니 완전 다른 세상인 겁니다. 일단 어울려 축구를 하다 보니 금방 친해져요. 그리고 팀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냈을 땐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체력도 좋아지고 삶에 활력소가 돼요. 이젠 축구 하는 날이 기다려져요.”

사실 발로 공을 다루는 게 쉽지 않았다. 드리블은 아직도 잘 안 된다. 그래도 공 차는 게 즐겁다. 이 씨는 “빨리 공을 더 잘 차고 싶은 마음에 혼자 혹은 회원들과 따로 시간을 내 축구 훈련을 하기도 했다. 남편, 아이와 주말에 놀 때 공을 차기도 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이 사업 때문에 바빠 공 잘 차는 남편 친구에게 개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축구의 기본 기술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보며 연습하기도 했다. 그는 “올여름 발목을 다쳐 좀 쉰 적이 있었는데 몸이 근질근질해 힘들었다. 몸이 아픈데도 축구장에 나간다. 도대체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축구가 너무 재밌어서 끊을 수가 없다”고 했다.

SFA 어머니 축구단은 신생 팀이라 아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함께 부대끼며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좋다. 그는 “지고 있어도 함께 ‘으쌰으쌰’ 하며 똘똘 뭉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이것도 경험이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달 18일 열린 성남 FC 위민스컵에 축구학개론 심화반으로 출전했다. 축구학개론 심화반은 디비전1에서 준우승했다. 학창 시절 계주 멤버로 뛸 정도로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어 팀에선 오른쪽 날개 공격수를 맡고 있다.

이 씨는 SFA에서는 메시의 10번을, 성남 FC 축구학개론에선 한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의 19번을 달고 뛴다. 그는 “제가 메시와 이강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라운드에서 뛸 때는 가끔 메시와 이강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게 축구의 묘미”라며 웃었다.

“솔직히 남편은 이제 갓 축구를 시작한 제 실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죠. 그래도 우리 아들은 저를 축구 잘하는 엄마로 생각해요. 그럼 된 거죠. 무엇보다 그냥 공 차는 시간이 행복해요. 아직 초보이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최선을 다합니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울려 땀 흘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성희#남편#축구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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