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주행’ 오스카, 상 몰아주기보다 화제작에 나눠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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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보랩’ 남우주연상 등 4개부문 수상, ‘그린북’ ‘로마’ 나란히 3관왕
흑인감독 스파이크 리 퇴장 해프닝… 글렌 클로스 일곱번째 도전 무위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다양한 감정을 담은 다채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고 프레디 머큐리의 사진을 배경으로 그룹 퀸이 축하공연을 펼쳤고(위쪽 사진), ‘보헤미안 랩소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은 상대역으로 출연했다 연인이 된 배우 루시 보인턴에게 키스했다(왼쪽 사진). ‘스타 이즈 본’의 브래들리 쿠퍼는 상대역 레이디 가가가 ‘Shallow’로 주제가상을 받자 다정하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다양한 감정을 담은 다채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고 프레디 머큐리의 사진을 배경으로 그룹 퀸이 축하공연을 펼쳤고(위쪽 사진), ‘보헤미안 랩소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은 상대역으로 출연했다 연인이 된 배우 루시 보인턴에게 키스했다(왼쪽 사진). ‘스타 이즈 본’의 브래들리 쿠퍼는 상대역 레이디 가가가 ‘Shallow’로 주제가상을 받자 다정하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2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배우 라미 말렉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편집상, 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 트로피까지 가져갔다. 말렉은 수상 소감에서 “동성애자, 난민인 스스로를 긍정하며 살았던 남자의 이야기가 상을 받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을 원한다는 증거”라고 했다.

추락하는 시청률 걱정에 ‘오스카’는 모험 없이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 1989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자 없이 진행된 시상식은 다양한 작품에 골고루 상을 나눠 줬다. ‘미투’ 운동 지지 소감이 쏟아졌던 지난해에 비해서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넷플릭스가 제작해 관심을 모은 ‘로마’는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작품상 트로피는 영화 ‘그린북’에 돌아가 넷플릭스의 독주를 견제했다. ‘그린북’은 1960년대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와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우정을 그렸다. ‘그린북’ 역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 등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그린북’은 개봉 후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주연 비고 모텐슨이 홍보 중 흑인 차별적 단어를 사용해 비판을 받는가 하면, 돈 셜리의 실제 삶을 왜곡했다는 유족의 항의도 받았다. 피터 패럴리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라는 것,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작품상이 발표되는 순간 ‘블랙클랜스맨’의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가 항의하듯 시상식장을 떠나려다 스태프의 설득으로 돌아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보헤미안…’ 제작 도중 성추문으로 하차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이름도 시상식에서 들리지 않았다.

여우주연상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먼이 받았다. 콜먼은 욕망에 휩싸여 때로는 아이처럼, 때로는 폭군처럼 행동하는 여왕 앤을 연기해 찬사를 받았다. 콜먼의 수상으로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스는 일곱 번째 도전한 오스카에서 또다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콜먼이 이를 인식한 듯 웃으며 “이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다”고 하자 객석에서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 짓는 클로스의 얼굴이 포착됐다.

동성애 비하 발언으로 하차한 사회자 케빈 하트의 빈자리는 여러 분야의 인물들로 채워졌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는 영화 ‘스타 이즈 본’을 소개했다. 존 루이스 하원의원은 ‘그린북’을 소개하며 “당시 흑인은 2등 시민으로 대우받고 생계에도 위협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도 단편 애니메이션 시상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올해 시상식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은 빠지지 않았다. 각색상을 받은 스파이크 리 감독은 “2020년 대선에서 힘을 모아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보헤미안 랩소디#스타 이즈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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