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쓴 왕세자’로 변신 주지훈 “‘킹덤’ 촬영 후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에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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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엔 선(善)이, 오른쪽에선 악(惡)이 공존한다. 나이가 들수록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도드라진다. 그의 짝눈처럼, 배우 주지훈(37)은 최근 다양한 연기 변신을 해왔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쌍 천만’ 영화가 된 ‘신과 함께’ 시리즈에선 저승사자를, 지난해 영화 ‘공작’, ‘암수살인’에서 북한 장교와 연쇄살인범을 맡았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선 갓을 쓴 왕세자가 됐다.

그에게도, 넷플릭스란 플랫폼은 여러모로 낯설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킹덤’은)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듯하다. 공개됐지만 공개되지 않은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라고 했다. 시즌2 촬영에 들어갔지만 ‘킹덤’ 시즌1 흥행 성적은 철저히 비공개다. 그는 “흥행 공식이나 금기에 매달리지 않아도 돼 더 자유로웠다”며 개의치 않았다.

190여 개국에서 선보인 ‘킹덤’은 확실히 해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모양새다. 조선 의복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극 중 인물들이 착용한 ‘갓’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였다. 그는 “‘킹덤’이 공개된 다음날 화보 촬영 차 발리에 갔는데, 공항에 현지인들 20여 명이 나와 있었다. 글로벌한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킹덤’을 계기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사명감마저 생겼단다. “한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인 줄 미처 몰랐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보다 한국적인 작품을 열심히 만드는 것 또한 굉장한 파괴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짬을 내 궁이나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유명한 공원이나 미술관을 찾잖아요. ‘등잔 밑이 어둡다’처럼, 어느 순간 한국에 있는 아름다운 곳들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에게 사극은 MBC 드라마 ‘궁’(2006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년), ‘간신’(2015년) 등에 출연하며 꽤나 익숙한 장르다. 간접체험을 통해 나름 노하우도 쌓았다. 그는 “사극 연기는 몸이 굉장히 힘들다”며 “30분만 망건을 써도 두통이 오는데 손가락 하나를 대고 머리 공간을 남겨두면 살 만 하다”고 웃었다.

주지훈도 벌써 14년차 배우. 하지만 영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대본을 200번 읽는다는 말에 감명 받아 작품마다 대본을 100번 넘게 읽는 노력파다. 요샌 요령도 생겨 현장에서 감독들과 소통도 편해졌다고. “요샌 컴퓨터그래픽(CG) 기반 영화들이 많다. 연기를 할 때 감정뿐만 아니라 기술과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10년 전 마약 투약 사건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온 만큼, 들어오는 어느 작품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그 덕에 3년 동안 작품을 6개나 찍기도 했다. 거의 유일한 취미였던 책 읽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분주했다. 다만 최근 ‘궁’을 다시 보며 20대 때 청춘 드라마를 좀더 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전엔 ‘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죠. 그래서일까요. 지금 30대 때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최대한 해보고 싶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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