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들으며 별들의 고향에 잠들다… 故 신성일 영천 자택서 추도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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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앵란 “죽으면 남편 옆에서 영면”
영천시 “신성일 기념관 건립 추진”

영화배우 신성일이 7일 묻힌 경북 영천시 괴연동 고인의 한옥 자택 ‘성일가’ 앞마당에 ‘배우의 신화 신성일 여기 잠들다’라고 쓴 묘비가 세워졌다. 영천=뉴스1
영화배우 신성일이 7일 묻힌 경북 영천시 괴연동 고인의 한옥 자택 ‘성일가’ 앞마당에 ‘배우의 신화 신성일 여기 잠들다’라고 쓴 묘비가 세워졌다. 영천=뉴스1
“여보, 이제 곧 여기 밑에서 만나.”

7일 경북 영천시 괴연동 배우 신성일의 한옥 자택 성일가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아내 엄앵란 씨(82)는 남편의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엄 씨는 “남편이 너무 바빠서 같이 베개를 베고 자기도 힘들었는데, (나도 죽고 나면) 아주 싫증나게 남편 옆에 붙어서 영면하겠다”고 했다.

추도식에는 엄 씨를 비롯한 유가족과 친지, 주민, 팬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사회는 배우 안재욱이 맡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추도사에서 “영천에 오니 별빛밖에 안 보이던데 고인이 여기서 별이 되려고 오셨나 보다”라며 “이제 고인은 떠났지만 이곳 별들의 고향, 영천 하늘에서 언제나 찬란한 별이 되어 빛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추도식에서는 생전에 예술을 사랑했던 고인을 위한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경북도립교향악단이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를 연주했다. 이어 가수 김명상 씨가 기타 연주와 함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노래하자 엄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추도식은 평소 고인과 가까웠던 지인을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추도위원회 주최로 거행했다. 추도식의 각종 실무는 고인이 2대 이사장과 명예조직위원장을 맡았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 사무국이 맡았다.

고인의 자택 옆 공터에는 신성일 기념관 건립이 추진된다. 공동추도위원장을 맡은 최기문 영천시장은 “고인이 영천에서 제3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며 “유족이 동의한다면 고인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을 추진해 모두가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성일은 지인의 추천으로 2008년부터 영천에 한옥을 짓고 살며 마을 주민들과 정을 나눴다. 영천은 맑은 날이 연간 150일 이상이어서 별을 관측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 영화의 별 신성일은 그가 사랑했던 별의 도시 영천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자택 정원에 묻힌 그의 묘지 비석에는 ‘배우의 신화 신성일 여기 잠들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영천=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신성일#엄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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