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20대가 빨간색이었다면 30대 우린, 모든 것 포용하는 흰색 예능서 집·일상 공개…팬들 가까이 새 앨범도 편안한 음악으로 채웠죠
그동안의 동방신기는 모두 잊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던 동방신기는 이제 없다. ‘한류제왕’으로 아시아를 점령하던 카리스마는 그대로지만, 데뷔 후 10년 넘게 고수해왔던 ‘신비주의’ 이미지는 모두 버렸다. 표정과 몸짓은 한결 여유로워지고, ‘동네오빠’와 같은 친근함도 묻어난다. “세월이 흐르지 않았나”라는 말은 능글맞기까지 하다.
이렇게 동방신기가 ‘2막’을 시작한다. 28일 2년 8개월 만의 새 앨범 ‘뉴 챕터 #1 : 더 챈스 오브 러브’를 발표하고 가요계에 돌아왔다. 3년의 긴 공백은 두 멤버의 군 복무로 인한 것이다.
앨범을 발표한 28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컴백 쇼케이스에서 이들은 “국내 활동은 너무 오랜만이라 기대도 되고 떨린다. 신비주의를 떠나 대중 곁으로 한 걸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2003년 데뷔해 2세대 대표 아이돌로서 케이팝 한류의 시작점이 된 이들의 목표치고는 소박하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기대하는 게 분명 있을 것 같다. 1위를 한다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지만, 15년 차 가수답게 여유를 즐기고 싶다. 오랫동안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언제든 기회가 온다. 한층 여유 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성적 또한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 동방신기가 가진 색깔을 모두 보여드리고 싶다.”(유노윤호)
이들도 어느덧 30대다. 고등학생 때 데뷔한 최강창민은 올해 서른 살이 됐고, 유노윤호는 서른둘이다.
“둘 다 ‘오빠’에서 30대 청년이 됐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여유로워지지 않나. 그래서 변한 것 같다. 피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결은 없다. 둘 다 하고 싶은 걸 하고, 그걸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젊게 사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우리는 감사하게도 가수라는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유노윤호)
30대가 된 동방신기는 여유가 넘치지만 동방신기의 20대는 치열했다. 이들은 당시를 떠올리며 “빨간색”이라는 키워드로 지난 10여 년의 활동을 되돌아봤다.
“열심히 하는 그룹이었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강하게 빛나는 빨간색일 것 같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하얀색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하얀색 바탕에 빨강, 파랑 등 다양한 색깔을 채워가는 것 같다. 또 흰색은 여러 가지를 포용할 수 있는 느낌이라 마음에 든다.”(최강창민)
이들은 ‘동방신기=신비주의’라는 고착된 이미지를 깨기 위한 첫 단계로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중이다.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집과 일상을 모두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SNS 계정도 개설해 팬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고 싶다. 노출의 빈도를 더 늘려갈 생각이다. 그래서 SNS도 시작한 거다. 팬들과의 끈끈한 관계도 소중하지만 대중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기존의 동방신기의 이미지와 틀을 깨려고 했다.”(최강창민)
이들의 계획은 앨범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센 음악’을 고집해왔던 이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편안한 음악으로 앨범을 채웠다. 두 멤버는 기획 단계부터 콘셉트 구상, 곡 선정, 앨범 전체 구성까지 모든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솔로곡을 통해 각기 다른 매력도 드러낸다.
“저희 둘의 생각이 많이 담겼다. 뮤직비디오와 앨범 재킷 등에 특히 신경 썼다. 앨범 구성도 시작부터 중간, 결말 등으로 나눠 한 편의 소설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거진’이라는 콘셉트가 떠오른다.”(유노윤호)
이들은 이날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운명’과 수록곡 ‘평행선’ 무대를 공개했다. 격렬한 춤사위를 소화한 후 가쁜 숨을 내쉬었다. 최강창민은 “나이를 속일 수 없나보다. 회복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거친 호흡을 참지 못해 죄송하다”고 웃었다.
‘운명’이라는 곡처럼 두 사람은 동방신기와 “운명”이라고 했다. 유노윤호는 “동방신기라고 단순하게 소개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동방신기로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 우리에게는 ‘집’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동방신기는 이번 활동을 시작으로 5월5∼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벌인다. 6월8∼10일에는 일본 공연 역사상 처음으로 총 3일간 닛산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친다. 닛산스타디움은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홈구장으로 쓰이는 일본 최대 경기장으로 7만5000명을 수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