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인터뷰①] “아이템 고민에 ‘이번주 방송 없애달라’ 한적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6시 57분


김태호 PD는 11년간 ‘무한도전’을 연출하면서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에 시달려야 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내 프로그램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무한도전’ 안에서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기죽지 말고, 부담 갖지 말고 일하겠다는 의미다. 사진제공|MBC
김태호 PD는 11년간 ‘무한도전’을 연출하면서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에 시달려야 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내 프로그램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무한도전’ 안에서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기죽지 말고, 부담 갖지 말고 일하겠다는 의미다. 사진제공|MBC
■ MBC ‘무한도전’ PD 김 태 호

MBC ‘무한도전’ 연출자 김태호 PD는 9월 말 가족과 함께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이제 막 500회를 지나칠 즈음이었지만 일상적인 휴가였다. 매주 화제를 몰고 다니는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의 연출자로서 피곤함은 묻어나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고민을 안고 돌아온 듯했다.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이야말로 그가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는 힘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는 결국 “프로그램의 상당한 지분을 지닌 시청자”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11년 ‘무한도전’ 이어져온 큰 힘은 멤버들
각자의 색깔로 제작진 의견과 교집합 찾아

‘무한도전’과 하나인 것처럼 보여 불안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고 가장 재밌어

김태호 PD는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으로부터 말을 시작했다.

“무한도전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민감한 부분이 많다. 일반의 관심도 많고. 개인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으로 반영이 되다보면 논란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이번 주는 어떤 아이템을 만들지, 어떻게 90분을 채울지 고민하지만, 대중은 한 단계 이상의 결과물을 원한다.”

- 책임감인가? 자신감인가?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면 못 하는 일이다. ‘무한도전’이 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무한도전’ 안에서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건 기죽지 말고 부담 갖지 말고 일하자는 의미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거다.”

- ‘무한도전’에서 떠나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과거 들은 적이 있다.

“젊은 연출자들이 2년마다 한 번씩 자기 색깔로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스토리텔러 역할을 한다.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무한도전’이 좀 더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되려면 다른 스토리텔러가 왔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 진심인가?

“그렇다. 그동안 다큐적 접근도 해보고 시사적인 소재도 다뤘다. 조금씩 조금씩 먹물 퍼지듯 예능프로그램의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10년이 지나면서 점 하나 밖에 안 되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 매너리즘을 느끼나?

“지난번대로, 하던 대로, 하던 대로 의심 없이 제작하다보면 고민이 사라진 것인지 돌아본다. 이젠 그동안 쌓은 걸 하나씩 부숴야 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

- 방송 아이템이 잡히지 않을 때도 있나?

“방송을 앞두고 아무 것도 없을 때도 많다. 하지만 방송이 펑크나면 안 되지 않나. 광고는 이미 팔렸고. 90분을 어떻게 채우나 절박하게 고민한다. 예능국장께 ‘이번 주 방송을 없애달라’고 한 적도 있다. ‘안 되면 하이라이트라도 가야 한다’고 하니 또 그러긴 싫었다. ’멤버들의 오감을 테스트하는 ‘퍼펙트 센스’편도 그랬다. 목요일 녹화나 촬영을 하는데 화요일 밤부터 수요일 새벽까지 아이디어를 완성했다. 토요일 방송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게 몰래카메라였다.”


● 김태호


▲1975년 5월4일생 ▲1994년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2002년 MBC 공채 예능프로듀서 입사 ▲2003년 시트콤 ‘논스톱4’ ‘무모한 도전’ 조연출 ▲2005년 ‘무리한 도전’ 통해 본격적으로 ‘무한도전’ 연출 시작 ▲2007년 MBC 방송연예대상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2007년 MBC 프로그램 제작상 공로상 ▲2008년 제20회 한국PD대상 TV예능 부문 작품상 ▲2009년 제36회 한국방송대상 TV연출상 ▲2009년 MBC 방송연예대상 PD상 ▲2010년 서울국제관광대상 국내 언론인 부문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방송영상그랑프리 국무총리표창 연출부문 최우수상 ▲2015년 제18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엔터테인먼트부장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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