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윤 “무명 연기자 인생 13년…내게도 ‘오월’이 오네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10일 08시 00분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연기자 송하윤은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한 ‘설움’을 뒤로하고 시청자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연기자 송하윤은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한 ‘설움’을 뒤로하고 시청자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 드라마 ‘내딸, 금사월’ 빛낸 주오월|송 하 윤

시청자 덕에 하차 운명 극복 끝까지 연기
아버지역 안내상 선배님은 태산 같은 분
처음으로 얻은 인기…쉬지 않을 거예요

주인공을 넘어선 남다른 존재감이었다. 연기자 송하윤(30)은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에서 ‘불사조’ 같은 생명력을 자랑하며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금사월 역을 맡은 백진희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송하윤이 맡은 주오월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장악했다. 드라마 제목을 ‘내딸, 주오월’로 바꾸라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이는 집필을 맡은 김순옥 작가가 시청자들의 반응을 참고해 대본을 쓴 영향이 컸다. 덕분에 드라마 중반에 하차할 예정이었던 그의 ‘운명’까지 뒤집었다.

촬영분량도 많아지고, 야외촬영까지 소화하다보니 주 7일을 현장에 있어 “드라마에 대한 비난과 반응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드라마는 ‘막장’ 비난을 받았다 해도, 데뷔 후 처음으로 인터넷 검색어에 송하윤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고, ‘인생작’을 만들어준 김 작가는 그에게 은인과도 같은 존재다.

“드라마 중반, 사고로 죽게 되면서 하차했다. 촬영이 없어서 엄마랑 외식을 하는데, 작가의 전화를 받았다. 소음이 많은 밖이라 음성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너 다시 살 거야, 끝까지 같이 가자’라는 말이 들리더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드라마에서와 같이 실제로도 끈질긴 ‘근성’ 하나로 13년을 버텨왔다. 데뷔 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중에 나오는 모든 하이틴 패션잡지의 모델로 나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막상 연예계 데뷔해서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수 없는 세상이니까. 분량이 작고 얼굴은 알아보지 못해도, 1년에 하나씩 출연하는 작품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연기자 송하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연기자 송하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오랫동안 무명과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건 하나다. ‘일희일비 하지말자’, ‘어디에도 기대지 말자’다.

“현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도 절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어딘가에 기댈 곳이 있으면 정신을 집중하기 어렵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흔들리지 말고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 힘들다고 입으로 뱉는 순간 힘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극중 아버지로 출연한 연기자 안내상에게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직접 몸으로 보여주니 그에겐 ‘태산’과 같은 존재였다고 했다.

“농담을 하더라도 감정을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안내상)선배님은 등만 카메라에 걸리더라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감정 소모가 많은 캐릭터를 절대 혼자 할 수 없었는데, 나를 이끌어줬다.”

송하윤은 3년 전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후 줄곧 일만 해왔다. “5일을 연속으로 쉬었던 적은 딱 한번 뿐”이었을 정도다. 전작 KBS 2TV ‘TV소설 그래도 푸르른 날에’에 출연하며 8개월, 이번 드라마는 7개월을 촬영했고, 주로 장편 드라마와 지방 촬영 등 일정이 긴 영화에 출연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쉬지 않을 거다. 일을 해야 살아 있는 것 같다. 날 알아봐주든 그렇지 않든 그건 중요치 않다. 긍정적으로 살다보면 또 기회는 올 거니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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