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1996년 그룹 H.O.T 데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7일 07시 05분


■ 1996년 9월 7일

그룹 H.O.T(사진)가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뭉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가요계 안팎에서는 H.O.T 멤버들이 한 무대에 서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재결합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아이돌 그룹의 대명사이자 ‘원조’로서 그 무대를 새롭게 볼 수 있다면 팬들에게는 뜻깊은 이벤트가 될 수 있을 터이다.

1996년 오늘, 그룹 H.O.T가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무대를 통해 세상에 처음 나섰다. H.O.T는 ‘10대의 승리’라는 뜻의 ‘High-five Of Teenagers’의 앞글자를 따온 말이다. 문희준, 강타, 토니안, 장우혁, 이재원으로 구성된 H.O.T는 이날 ‘전사의 후예’를 들고 시청자 앞에 섰다.

이들을 바라본 시청자, 특히 10대들은 열광했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1996년 은퇴 이후 사라진 우상의 자리에 10대들은 H.O.T를 올려놓았다. 학교 폭력을 비판하는 가사와 갱스터랩이 어우러진 ‘전사의 후예’는 바로 그 신호탄이었다. 후속곡 ‘캔디’는 본격적인 팬덤을 불러 모으며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10대를 사로잡았다. ‘캔디’ 무대에서 착용한 벙어리장갑과 털모자 등은 ‘H.O.T 패션 스타일’을 형성했다. 그렇듯 이들의 인기는 ‘H.O.T 현상’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H.O.T는 당시 소속사 SM기획(SM엔터테인먼트)의 철저한 ‘기획과 전략’의 결과물이었다. 특정한 콘셉트를 세우고 그 아래서 10대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고교생 멤버들을 ‘캐스팅’하고 ‘오디션’에 세워 멤버를 채웠다. 이들은 일정 기간 춤과 보컬을 훈련받는 트레이닝 시스템 안에서 훈련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화려한 비주얼과 이른바 ‘칼군무’로 표현되는 정확한 몸짓의 무대, 여기에 얹은 강렬한 음악이 이들의 힘이었다.

H.O.T의 인기는 젝스키스, S.E.S, 핑클 등 ‘아이돌 그룹’의 발원지가 되었다. 또 케이팝으로 일컬어지는 한류의 또 다른 출발점이기도 했다. 2000년 1월 H.O.T.의 중국 베이징 공연은 ‘한류’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중국 언론이 쓰게 한 무대가 됐다. 케이팝은 이후로 중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한류를 이끌고 있다.

이처럼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H.O.T는 2001년 5월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각 멤버는 이제 가수로, MC로, 기획사 대표 혹은 프로듀서로 각기 제 길을 걷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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