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박찬호 ML 경기 첫 생중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6일 05시 45분


박찬호 선수. 스포츠동아DB
박찬호 선수. 스포츠동아DB
■ 1997년 4월 6일

아직 많은 국민이 외환위기의 기미조차 눈치 채지 못했던 1997년 오늘 낮 12시30분. 지상파 방송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졌다.

KBS가 2TV를 통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사진)의 경기를 첫 생중계했다. 1994년 한양대 재학 도중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KBS는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독점 중계방송 계약을 맺고 이날부터 박찬호의 정규시즌 30경기와 포스트시즌 15경기의 생중계를 시작했다.

당시 KBS는 박찬호 중계를 위해 MBC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미 1996년 8월 아시안컵 축구대회 공동중계를 둘러싸고 MBC와 감정싸움을 벌인 KBS는 박찬호 경기 중계에 사활을 걸었다. KBS는 1996년 9월1일 박찬호의 경기를 생중계하려다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이를 취소한 아쉬움도 컸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스포츠 빅 이벤트 중계방송과 관련한 각 방송사들의 자존심 경쟁은 상당히 치열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KBS는 박찬호라는 스타급 선수의 활약상을 중계하게 되면서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1996년 48경기에 출전해 5승5패의 방어율 3.64를 기록한 박찬호 역시 때마침 1997년 최고의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속구와 파워커브로 그는 그해 4월30일 첫 승을 거둔 뒤 두 번의 완투승을 포함해 14승8패의 성적으로 LA다저스의 최고 투수의 자리에 등극했다.

그 몇 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외환위기의 어둠이 엄습했다. 박찬호는 좌절과 실의에 빠진 많은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며 오랜 세월 마운드를 지켰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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