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나쁜 놈들 잡는 더 나쁜 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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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듯 다른 韓美日 범죄 드라마

위 사진부터 범죄자가 범죄자를 잡는 OCN ‘나쁜 녀석들’, 탈옥범이 탈옥범을 잡는 미드 ‘브레이크아웃 킹스’, 현직 형사가 범죄자를 처단하는 일드 ‘조커-용서받지 못할 수사관’. CJ E&M 제공·미국 A&E 화면·일본 후지TV 홈페이지 촬영
위 사진부터 범죄자가 범죄자를 잡는 OCN ‘나쁜 녀석들’, 탈옥범이 탈옥범을 잡는 미드 ‘브레이크아웃 킹스’, 현직 형사가 범죄자를 처단하는 일드 ‘조커-용서받지 못할 수사관’. CJ E&M 제공·미국 A&E 화면·일본 후지TV 홈페이지 촬영

유영철 강호순 오원춘…. 온갖 강력범들이 잊혀질 만하면 나온다. 신고 전화 제대로 못 받아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고 연쇄살인 희생자 수가 두 자릿수를 넘길 때까지 범인이 안 잡히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나쁜 놈들을 더 나쁜 놈들로 잡는다는 극단적인 드라마가 등장했다.

4일 시작한 OCN ‘나쁜 녀석들’은 교도소에 갇혀 있던 천재 사이코패스(박해진), 조직폭력배(마동석), 살인청부업자(조동혁)가 주인공이다. 나쁜 놈들은 강력계 형사 오구탁(김상중)의 지휘 아래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건에 투입된다. 전자발찌를 찬 채 범죄 현장을 누비며 수사 도중 상대를 흠씬 두들겨 패는 것은 물론이고 살해 협박도 서슴지 않는 행동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미드 팬이라면 2011년 방영된 ‘브레이크아웃 킹스’를 떠올릴 거다. 탈옥 드라마로 유명한 ‘프리즌 브레이크’의 제작진이 만들었는데 탈옥범이 탈옥범을 잡는다는 줄거리다. 각자의 ‘경력’을 살려 범죄자를 잡는 ‘나쁜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이 드라마의 탈옥범들도 행동심리학자, 갱단 두목 등 스펙이 화려하다.

일본에서는 무시무시한 처단자가 있었다. 2010년 방영된 일드 ‘조커-용서받지 못할 수사관’의 다테 형사(사카이 마사토)다. 다테는 낮에는 건성으로 일하지만 밤이 되면 “네 놈에게 내일은 오지 않아!”라는 대사와 함께 범죄자를 총으로 날려버리는 이중적 인물이다. 처단의 대상은 경찰이 잡았는데도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 처벌이 요원해진 범죄자들이다.

비슷한 설정이지만 세 나라 드라마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 처벌을 동원하는 시점은 다르다. 한국은 경찰이 범인을 잡지도 못해 죄수까지 동원한다면, 일본은 경찰이 범인을 잡긴 잡는데 돈과 권력에 굴복한 사법기관이 놓아준다. 미국은 범인을 잡아 재판한 뒤 감옥에까진 넣는데 놓쳐버린다. 드라마를 보면 각 나라에서 어떤 정부기관이 불신을 받는지 알 수 있다.

극단적인 설정 때문인지 앞서 소개한 미드와 일드는 끝이 좋지 않았다. ‘브레이크아웃 킹스’는 대형 탈옥 사건이 매일같이 발생해야 한다는 점 등 기본적인 개연성에 문제가 있어 두 시즌 만에 종영했다. ‘조커…’ 역시 막판에는 범죄자를 처단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결말로 마무리됐다.

‘나쁜 녀석들’도 범죄자를 미화한다는 논란 등 여러 위험 요소를 안고 출발했다. 그럼에도 방송 4회 만에 시청률이 3%대 후반까지 올랐다. 19금 케이블 드라마치고는 꽤 높은 수치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일단 제대로 잡기나 하라는 시청자들의 답답한 심정을 반영한 결과일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나쁜 녀석들#범죄#브레이크아웃 킹스#조커-용서받지 못할 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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