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아이리스’ 제작자, 화려한 이력 뒤엔 궁핍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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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길 대표 숨진 채 발견… 실질투자 안해 실익 미미
후속 히트작도 못내 고전

‘KBS 드라마 <아이리스>와 SBS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제작’,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기획.’

조현길 미디어앤파트너스 대표(48)가 회사 홈페이지에 적은 경력이다. 그가 손댄 작품은 모두 국민적 인기를 끈 대작이다. 경력만 보면 크게 성공한 제작자다. 그런 그가 2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식당에 주차된 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차에선 번개탄과 소주 5병, 수면유도제가 발견됐다. 자택에선 A4 용지 6장 분량의 유서가 나왔다.

조 대표는 제작비가 200여억 원씩 들어간 ‘아이리스’(2009년)와 후속작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년)의 공동 제작자다. 함께 이름을 올린 대형 제작사가 투자를 담당하고 조 대표는 협찬 유치 등 마케팅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망 소식은 열악한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반응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관계자는 “제작사 간 경쟁은 치열하고 방송국에서는 전체 제작비 중 절반만 부담해 제작사가 부담하는 위험이 너무 크다”며 “초단기 제작, 보조 연기자 임금 체불에서 드라마 제작 업계의 힘겨운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업계는 지금 생존 자체가 힘겨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2009년 ‘아이리스’로 성공했지만 이후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자 다른 사업에 손을 댔다. 식당을 차린 데 이어 해외의 유명한 프로스포츠 에이전트사의 국내 마케팅 업무를 대행했다. 조 대표의 지인은 “투자를 받아 식당을 운영했는데 잘 안 됐고 스포츠 에이전트 업무 대행도 소속 선수들이 국내에서 활동을 거의 안 해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고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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