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범죄소년’ 이정현 “하루 스케줄 13개, 행복했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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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4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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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배우 이정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배우 이정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 사람 요즘 어떻게 지낼까?”

TV 채널을 돌릴 때,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볼 때, 혹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보면 간혹 기억 속에 잊혀졌던 스타들의 근황이 궁금할 때가 있다.

배우 겸 가수 이정현(32)도 그런 스타 중 한 명이다.

1996년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영화 ‘꽃잎’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던 이정현. 또 파란 눈이 그려진 빨간 부채를 들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그는 1999년 가요계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노래와 춤은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따라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중국활동이 시작되면서 그녀는 조금씩 잊혀졌다. 중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만 가끔씩 들려올 뿐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본격적인 국내활동을 시작한다. 영화 ‘범죄소년’으로 국내팬들을 만난다. ‘범죄소년’에서 13년 만에 아들 지구(서영주)를 만나는 미혼모 효승 역을 맡았다.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이정현은 여전히 20대 초반의 외모였다. 초면이었음에도 "부럽다", "비결이 뭔가"라는 말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정현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이제 나이가 있는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 “큰 상업영화로 나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이유는…”


- 처음엔 이 작품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거절을 여러 번 했다. 미혼모 역할이고 노 개런티에 촬영기간이 짧아 무척 힘들 것 같았다. 시나리오도 완전 신파여서…. 별로 끌리지가 않았다. 또,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거라 큰 상업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

- 그런데 결국은 출연하게 됐다.

“강이관 감독님이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셨다. 미혼모의 아픔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동떨어져 있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몰랐다. 성(性)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심지어 자신이 임신이 된 줄도 모르고 아이를 낳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

- 영화에 출연하기 전 미혼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

“단순히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을 보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게 미안하더라. 이 영화를 통해 내가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소년원에 가는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다.”

- 이 영화로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 영화로 완전히 달라질 거란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도가니’가 나왔을 때, 엄청난 반응이 있었고 결국 가해자들이 다시 법정으로 올라가지 않았나. 우리 영화로 시작해 언젠가는 더 나은 제도가 생겨 아이들이 지금보다 나은 생활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
배우 이정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이정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두려운 국내 활동? 아이돌과 경쟁할 생각 없어”

- ‘엄마’로 살아보니 어땠나.

“글쎄…. (웃음) 진짜 엄마로 나오려고 하진 않았다. 미혼모고 13년 만에 아들을 만났으니 아들 지구(서영주)와는 오히려 어색하게 찍으려고 했다. 그리고 ‘가정’과 ‘책임감’을 이제야 느끼는 거니까 특별히 짙은 모성애를 느낄 필요는 없었다.”

- 소년원에서 시사회를 했다. 그 때 아이들이 ‘이정현 예쁘다, 귀엽다’라고 하던데.

“정말? (웃음) 애들이 어려서 아직 예쁜 여자를 많이 못 봤나보다.(웃음)”

- 스크린 컴백은 팬들에게도 반가운 일인 것 같다.

“팬들이 많이 반겨주신다. 그동안 너무 안 나온다고 구박을 많이 하셨다.(웃음) 나 역시 작품 활동을 늘 갈망했다. 목이 말라 있었다. 그런데 들어오는 역할이 신들린 연기나 공포물이 대부분이어서 좀 속상했다. 내 이미지가 이렇게 고정됐나 싶기도 하고…. 우연찮게 박찬욱 감독님의 ‘파란만장’을 찍게 됐는데 그 역할 역시 ‘무당’이었다.(웃음) 그 작품을 통해서 강이관 감독님을 만나 ‘범죄소년’도 찍게 됐다. 이젠 좋은 역할이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다.”

- 국내 활동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나.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다. 내년 초까지는 한국에 있을 예정이다.”

- 국내 활동이 두려웠던 적이 있었나.

“없었다. 내가 아이돌 그룹과 경쟁할 생각이었다면 두려웠을 거다. 한국 음반 시장은 너무 빨리 돌아간다. 요즘은 유행가도 금방 생기고 사라지지 않나. 후배들과 경쟁하려고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경쟁보다는 나를 아직도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 앨범 활동을 할 생각이다. 요즘은 팬들에게 내 음악을 빨리 들려주고 싶다는 강박 관념이 생긴다.”

- 한국에 있을 땐 뭘 하고 지내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한달에 2번 정도 2박 3일씩 중국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아 늘 중국에 있는 줄 안다. 지인들을 만나고 싶은데 시간이 맞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다들 내가 한국에 없는 줄 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친구들이랑 술도 마시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편한 차림으로 동네도 돌아다닌다. 단지 나를 못 알아보는 것 뿐이다.(웃음)”

- 요즘 만난 사람이 있다면.

“최근엔 설경구 선배를 만난다. 곧 있으면 영화 ‘타워’도 개봉한다. 아 그리고 함께 ‘타워’를 촬영한 손예진과 종종 만나서 술 한 잔씩 기울이기도 했다.”

▶ “하루에 스케줄 13개, 행복했지만 돌아가고 싶진 않다”

- 사실, 20대 중후반에겐 배우 이정현보다는 가수 이정현이 더 익숙하다.

“아마 그럴 것 같다. ‘꽃잎’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청소년이 되고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점차 적어졌다. 성장기였기 때문에 아이 역할도 못했고 어른 역할도 못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10대 시절을 보내고 대학생이 되면서 테크노 음악에 빠졌다. 음악이 듣고 싶어서 홍대 클럽을 다녔고 너무 특이한 아이가 춤을 추니까 신철 선배님이 구피 ‘게임의 법칙’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게 해주셨다. 그 때 대박이 나서 가수도 하게 된 것이다.”

- ‘와’, ‘바꿔’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때가 그립진 않은가.

“그 때 너무 힘들었다. 걸어 다니면서 잤다. 하루에 스케줄이 13개였으니 미쳐버릴 수준이었다. 아침부터 라디오로 시작해 차로 이동하며 전화 인터뷰를 했다. 특집이 있을 때는 KBS에서 바로 MBC로 넘어가서 방송을 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연애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그 당시 스캔들이 나면 큰일 나니까. 매니저 오빠들이 집 앞에 차를 대놓고 감시도 했었다. 마치 내가 죄 지은 사람인 것 같기도 했다. 일을 많이 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은 참 감사한 일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너무 힘들었다.”

- 요즘은 어떻게 지내려고 하나.

“요즘은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라는 마음이 커졌다. 20대에는 일도 많았고 완벽주의여서 안되면 너무 속상하고….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았고 30대가 되고 나선 버릴 것은 버리려고 한다.”

- 어렸을 때 못했던 연애, 지금은 진행 중인가?

“아니다.(웃음) 싱글이 된지 2년이 됐다. 사람들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막상 싱글이 되니까 정말 편하더라. 나는 사실 밀당(밀고 당기기)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지금이 무척 편한데 사람들이 ‘너 이러다 마흔까지 시집 못가’라고 하는 바람에 연말에 한번 만들어볼까 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알려드리겠다. (웃음)”

-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최종병기 활’ 김한민 감독님의 ‘명량 회오리바다’이다. 이순신 장군이야기인데 최민식 선배님과, 류승룡 선배님, 조진웅 선배님, 진구 씨가 출연한다. 나는 진구 씨의 부인 역할로 나온다. 이번에 작품에서 홍일점이다. 지금은 촬영 전 단계라 많은 걸 설명할 수 없다. (웃음)”

- 내년엔 앨범도 나온다고.

“그렇다. 1년 정도 준비하고 있었고 내 색깔이 담겼지만 새로운 콘셉트로 팬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기대해달라.”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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