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하이힐에 네일아트…더 예뻐지고 싶은 남자, 박건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 뮤지컬 헤드윅서 파격 변신한 박건형

박건형은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자신만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며 “여러분은 모두 ‘헤드윅’입니다. 외로워하지 말라!”고 외치듯 이야기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박건형은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자신만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며 “여러분은 모두 ‘헤드윅’입니다. 외로워하지 말라!”고 외치듯 이야기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더 예뻐지고 싶어요.”

배우 박건형(35)이 알록달록 네일아트를 한 손을 들고 ‘호호’ 웃는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훈남’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박건형이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헤드윅’ 역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건형은 무척 여성스러워진 모습이었다. 그의 네일아트와 여성스러운 손짓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내가 ‘헤드윅’에 출연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쟤 박건형 아니야? 저러고 다녀?’라며 수군거린다”고 털어놨다. 또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평소에도 ‘헤드윅’처럼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헤드윅’은 주인공 ‘헤드윅’(개명 전 이름 ‘한셀’)이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 연인에게 버림받고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모놀로그 형식으로 담은 작품이다. ‘헤드윅’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적 정체성을 스스로 ‘베를린 장벽’에 비유하며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파워풀한 록 음악으로 전달한다. 박건형은 무대 위에서 풍성한 금빛 가발에 화려한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홀로 긴 호흡을 자유자재로 이끌어 나간다. 마른 체형에도 지치지 않는 카리스마와 가창력을 선보인다.

“이 역할을 위해 3주 동안 8kg을 감량했어요. 하이힐을 신고 드레스를 입은 제 모습이 충격적이었거든요. 살을 독하게 뺄 수밖에 없었죠.”

요즘은 살이 더 빠져 기존에 맞췄던 옷을 다시 줄여 입어야 할 정도. 박건형은 헤드윅과 혼연일체가 된 듯 “코디, 여기 좀 더 타이트하게 잡아줘 봐. 나 날씬해 보이고 싶단 말이야”라며 공연 전 자신의 모습을 재연해 보였다.

박건형은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모습에 신경을 쓰고 있다. ‘헤드윅’이 가진 여성성, 또 소수자로서 겪는 아픔을 체화하기 위해 대중의 낯선 시선과 관객들의 냉소도 달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무대 위에서 달라진 제 모습을 보고 어떤 관객들은 놀라고 또 다른 관객들은 팔짱을 끼고 바라보기도 해요. 그 시선들을 대하는 것이 바로 ‘헤드윅’이거든요.”

하지만 그가 최종적으로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헤드윅’이 겪는 아픔이 아니다. 박건형은 ‘헤드윅’을 ‘힐링 뮤지컬’이라고 표현했다.

“헤드윅은 성적소수자로서 외로움을 느끼지만 저는 세상 사람 모두가 소수자라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르게 살아가잖아요. 모두가 외로워요. 하지만 ‘헤드윅’이 이를 떳떳하게 밝히고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뮤지컬을 보는 관객들도 치유를 얻고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박건형의 ‘힐링’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한 ‘헤드윅’은 28일까지 연장 공연이 확정됐다.

박건형은 연예인으로서 자신이 겪는 외로움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연예인이 되려고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어요. 화려한 조명 속 밝게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지만 그 옆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암흑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요. 대중은 연예인들의 잘못에 더욱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요. 그 암흑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조명에 들어올 자격이 있죠.”

박건형은 마지막으로 “음악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추억의 노래를 들으면 어느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잖아요. 위로가 되는 음악을 들으면 힘든 일을 이겨낼 힘을 얻기도 하고요. 사람들에게 그런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원수연 동아닷컴 기자 i2ove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