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 김기덕 낭보… 한국 영화 진짜 르네상스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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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도둑들’ 1300만 대기록 코앞, 피에타 효과 언제쯤… 독립 머나먼 ‘독립영화’

한국 영화의 비상이 눈부시다. 9일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계는 ‘그랑프리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그동안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상을 수상했지만 최우수작품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산업으로나 예술성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로서는 큰 콤플렉스였다.

국내 흥행에서도 한국 영화는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10일 오후 현재 관객 1284만 명을 모은 ‘도둑들’은 조만간 ‘괴물’의 기록(1301만 명)을 넘어 흥행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대’(2009년) 이후 3년 만에 ‘1000만 영화’가 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흥행도 “요즘만 같아라”

상반기 한국 영화 관객은 4417만 명. 상반기 역대 최고 기록인 2006년(4148만 명)을 넘어섰고 2011년 상반기 3281만 명과 비교하면 34%나 증가했다. 극장 점유율도 지난해 48%에서 53.4%로 증가해 외국 영화를 앞질렀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의 도약은 30, 40대 관객을 겨냥한 영화들의 선전이 이끌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 개론’ ‘댄싱퀸’ ‘부러진 화살’ 등이 각각 300만 명 이상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의 상승세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여름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도둑들’ 외에도 ‘연가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400만 명 이상이 들었고, ‘이웃사람’도 200만 명을 넘어서며 선전하고 있다. 베니스 영화제의 ‘훈장’을 단 ‘피에타’는 수상이 발표된 9일 관객이 전날보다 60%나 증가해 흥행에 날개를 달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가 기획력이 좋아지고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관객을 끌고 있다. ‘피에타 효과’까지 더해져 한국 영화의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흥행 양극화, 처우 문제가 숙제


한국 영화의 중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김기덕 감독이 제기한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설 자리는 여전히 좁다. 상반기 ‘다양성 영화’ 흥행작 상위 10위 중 한국 영화는 ‘말하는 건축가’(3만8000여 명) ‘두레소리’(3만5000여 명) ‘다른 나라에서’(2만8000여 명) 3편뿐이다. 저예산 독립영화는 상영관 수도 적지만 다른 영화와 교대로 스크린에 걸리는 이른바 ‘퐁당퐁당’ 상영을 하거나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집중 배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영화인들은 “작은 영화가 설 땅이 없어지면 큰 영화의 상상력도 고갈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스태프에 대한 열악한 처우 개선도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촬영, 조명, 연출부 등 ‘막내급’ 스태프의 연봉은 274만 원에 불과하다. 스태프 평균 연봉도 1221만 원으로 저임금 문제가 심각하다. 한 제작사 대표는 “요즘 스태프를 지망하는 인재들이 예전 수준만 못하다. 드라마, 광고 분야로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연 영진위 영화정책센터장은 “제작사들이 극장 흥행수익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문제다. 주문형비디오(VOD), 인터넷TV(IPTV) 등 부가판권 시장의 활성화로 수익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한국영화#김기덕#도둑들#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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