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란 재료로 빚은 첩보물 꿈꿔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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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코미디 ‘신사의 품격’ 끝낸 꽃중년 장동건

신사의 품격’에서 40대의 사랑과 우정을 연기한 배우 장동건. 그는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과 함께 출연하면서 쌓은 우정을 큰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신사의 품격’에서 40대의 사랑과 우정을 연기한 배우 장동건. 그는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과 함께 출연하면서 쌓은 우정을 큰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끼 부리지 마요. 나랑 잘 거 아니면….” “내가 댁을 짝사랑한다는 게 날 이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에서 도진(장동건)이 이수(김하늘)에게 내뱉은 말들이다. 장동건(40)은 극 중에서 영락없이 까칠한 밀고 당기기, ‘밀당’의 고수였다.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별 무늬가 박힌 감색 스웨터를 입은 그는 ‘HDTV 화면’에서보다 훨씬 밝고 젊었다.

“첫 회 보고 깜짝 놀랐죠. HD라도 ‘장동건이 어디 가겠어’라며 자신만만하던 맘이 싹 사라졌어요.(웃음) 그 뒤 신경 많이 썼죠.”

그에게는 신품이 12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30편 넘게 드라마와 영화를 찍었지만 도진이 되는 것은 그에게도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오글거리는’ 장르는 처음이었죠. 적응하는 데 시간 좀 걸렸어요.”

극 중 이수와 춘천 여행을 가기 전엔 파란 목욕 가운만 입고 혼자 맘보춤을 추고,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교복을 입고 10대 학생을 연기했다. “상상할 수 없었던 장동건의 모습을 김은숙 작가가 잘 끌어냈습니다.”

더 젊었을 때 로맨틱 코미디를 찍지 않은 걸 후회하지는 않는지 물었다. “20대나 30대 초반의 장동건은 지금처럼 망가지지 못했을 겁니다.”

그는 20대 시절에는 ‘터프’하거나 악역을 맡아 감정을 크게 쏟아내는 역할에 욕심이 많았다고 했다. 1997년 방영된 드라마 ‘의가 형제’를 찍으며 나쁜 남자의 역할에 몰입할 자신감이 생겼다. 영화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 강한 캐릭터의 연속이었다. ‘장동건=무겁고 진지한 배우’라는 고정관념에 스스로 식상해지던 찰나에 신품의 도진을 만났다. 로맨틱 코미디 배우로 언제까지 더 사랑받을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 드라마가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카페 3층에 마련된 인터뷰 장소에서 그가 밖을 내다볼 때마다 눈이 마주친 시민들의 환호가 들렸다.

신품을 촬영하면서 연출에 대한 흥미도 더 강해졌다고 그는 말했다. 신품의 신우철 감독이 배우와 터놓고 상의하면서 장면을 만들어가는 타입이라 자연스럽게 연출 과정에 접근했다는 설명이다. ‘∼걸로’로 끝나는 신 감독의 평소 말투도 도진의 대사를 통해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그는 20년차 배우지만 첩보 작품이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숙제’라고 했다. 대중적인 영화 외에 작가주의 영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

“장동건이라는 재료를 사용해서 끌어낼 수 있는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적응하는 데 또 다른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그의 부인이자 가장 열렬한 팬인 고소영과의 러브 스토리도 화제에 올랐다.

“극 중 도진처럼 유치하고 다정하게 연애를 못했어요. 이 드라마를 통해 오히려 뒤늦게 여자의 심리를 많이 알게 됐어요. 집에서 아이 돌보며 드라마를 보고 있는 소영 씨와 아들을 생각하면 키스신이나 베드신에서 멈칫하게 되더군요. 하하.”

[채널A 영상] 연예인 빌딩부자 2위 장동건-고소영, 1위는 누구?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동영상=[스타 그 시절] 20살 장동건, 첫 대사 받던 날
#드라마#영화#장동건#신사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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