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 사연-이산 아픔, 유쾌한 수다로 훌훌 털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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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고정출연 탈북미녀 3명 인터뷰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유쾌한 수다와 가슴 아픈 사연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는 탈북 여대생들. 김은주 씨는 탈북 청소년 심리상담가, 박예주 씨는 북한 전문가, 이현서 씨는 외신 기자가 꿈이다(왼쪽부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유쾌한 수다와 가슴 아픈 사연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는 탈북 여대생들. 김은주 씨는 탈북 청소년 심리상담가, 박예주 씨는 북한 전문가, 이현서 씨는 외신 기자가 꿈이다(왼쪽부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방송용으로 입는 치마가 너무 짧아서 녹화하는 10시간 동안 다리 모으고 다소곳이 앉아 있어야 해요. 너무 힘들어요.”(김은주·26·서강대 4년)

“카메라를 가장 잘 받는 앞줄 자리를 줄곧 사수했는데, 얼마 전 뒷줄로 옮겼어요. 내가 ‘리액션’이 좀 별로였나….”(이현서·32·한국외국어대 2년)

“언니들 탈북 사연을 들을 때마다 너무 울어서 눈물 콧물에 화장이 다 지워지는데 휴지를 준비 못해 어찌나 난감하던지….”(박예주·20·동국대 1년)

채널A의 ‘이산가족 감동 프로젝트 이제 만나러 갑니다’(일요일 오후 10시 40분)가 ‘탈북 미녀들의 수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만나러…’는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이들의 소망을 타임캡슐에 담아 통일 이후까지 보관하는 프로그램. 22일부터는 탈북 여성들의 집단 토크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포맷을 선보였다.

매회 15명 안팎으로 출연하는 탈북 여성들의 재기발랄함은 탈북자들에 대한 모호한 고정관념을 깨고 ‘이제 만나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신나게 막춤을 추는가 하면 남자 출연자들에겐 “복근 보여줘요”라며 성화다. “나도 앞줄에 앉혀 달라”며 제작진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 중 고정 출연자 3명을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TV에서 ‘탈북 미녀’라고 소개하는데 막상 방송 보고 ‘저게 무슨 미녀야’라고 할까봐 가장 걱정됐어요. 무거운 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탈북자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지 않을까요.”(김 씨)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살아본 이들은 양쪽 사회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들려준다. 북한에서는 연인들끼리 “자기야” 대신 “동지”라고 부르고, 남자들은 맘에 드는 여자에게 “사랑해”가 아니라 “너 참 곱다”라고 말한다는 것. 한편 남쪽 어린이와 어른들 사이에 사랑받았던 “신데렐라는 어려서…”로 시작하는 노래는 이제 북한에서도 즐겨 부른단다.

미녀들은 즐거운 수다뿐 아니라 눈물나는 사연들도 전한다. 김 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노숙하면서 한동안 시장 바닥에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는 ‘꽃제비’로 살았다. 박 씨는 언니가 인신매매단에 속아 중국으로 팔려갔는데 지금껏 소식을 모른다. 중국 여행을 갔다 수면제 탄 음료를 마시고 인신매매단에 팔려갔다는 출연자, 6세인 아들을 북한에 두고 나온 뒤 13년째 아들 생일이면 옷가지와 신발을 산다는 출연자도 있었다. 녹화장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기 때문에 사회자인 남희석 박선영 브로닌을 포함해 출연자들은 엉덩이 아래에 휴지나 손수건을 깔고 앉는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뭉클함과 즐거움과 찡한 마음으로 본다”(전창호) “매일 달력을 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장미옥) “미국에서 시청 중이다. 한국의 그 어떤 프로보다도 가치 의미 감동이 있다”(김상현)는 격려 글이 많다.

“대량 탈북이 시작된 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탈북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프로가 생긴 거죠. 사선을 넘어 한국에 온 탈북자들의 아픔과 고통, 슬픔과 외로움을 널리 전하고 싶어요.”(이 씨)

“탈북자에게 주는 각종 혜택에 대해 불만을 갖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도 강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에 기여할 기회를 갖고 싶어요.”(박 씨)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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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미녀#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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