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전천후 배우’ 정성화 “게걸스러워 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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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0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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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화=코믹함? “‘댄싱퀸’으로 틀 깨고 싶어”● 아이돌 뮤지컬 출연? “부디 놀라움을 주세요”● 결혼 후 사라진 팬들의 ‘사심 선물’ “조금 아쉬워”

“춥지 않아요, 전혀!”

배우 정성화(37)는 5분 만에 라면을 후루룩 ‘마셨다’. 멀뚱멀뚱 기다리던 기자가 사진기를 들고 카페 밖으로 나가자 그도 따랐다. 아직은 찬 바람이었지만, 정성화는 얇은 재킷과 머플러에 몸을 맡겼다. 그래도 사람 좋은 미소는 잃지 않았다.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하기는 처음이에요. 이제 안면마비가 와요.”

최근 뮤지컬 ‘영웅’을 끝낸 정성화는 뒤늦게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 홍보에 합류했다. 그 덕분일까. 영화 ‘댄싱퀸’은 지난 11일, 개봉 26일 만에 누적관객 300만 명을 넘겼다.

정성화는 극중 주인공 정민(황정민)을 정계에 입문시키고 지지하는 엘리트 국회의원 종찬을 연기한다. 화려한 모습의 댄싱퀸즈나 더 화려한 입담의 명애(라미란)보다는 정적인 인물. 하지만 정성화는 종찬에 진솔함을 녹여 ‘댄싱퀸’을 마냥 가볍지 않은 영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제가 나오면 웃길 거란 선입견이 있어요. 그걸 깨고 싶었어요. 정극이나 다른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었죠.”

정민과 종찬이 농구를 하며 정치를 논하는 장면에서도 정성화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사실 정성화의 대사는 훨씬 길었다고 했다. “대사가 더 있었죠. ‘하얀 눈길을 걸어갈 때는 발걸음을 헛되이 걸으면 안돼. 뒤에 오는 사람들에겐 길이 되거든’이라는. 제 생각에는 다소 교훈적이라 편집된 거 같아요. 빼길 잘하셨죠. 하하”

▶ 남다른 이력서 ‘개그맨 → 연기자 → 바텐더 → 뮤지컬 배우’

‘조용히 빛났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신중했다. “예전보다 정치와 정치인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잖아요. 그런 시대상과 맞아 떨어졌어요. 종찬과 같은 정치인이 있길 바라면서 감정이입하신 것 같아요.”

겸손한 답변이었지만 정성화의 연기 경력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다. 1994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정성화는 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10년을 훌쩍 지난 지금, 뮤지컬 배우로 통한다.

“개그맨은 ‘촉’이 좋아요. 대중을 조금 더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었죠. 관객이 1,000명이면 1,000개의 ‘촉’이 나와요. 개그맨들은 굉장히 빠르거든요. 또 어떻게 하면 관객으로부터 더 큰 박수를 끌어낼지 알죠. 그렇게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거죠.”

▶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가 타 공연장에서 울려 퍼진 이유는?

특히 뮤지컬 ‘영웅’은 그에게 특별하다. 정성화는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웅’을 2009년 초연부터 함께했다. 이듬해에는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이 러브 유’는 무대의 맛을 알려 줬고, ‘맨 오브 라만차’로 입지를 굳혔다면, ‘영웅’은 그를 우뚝 세웠다.

‘영웅’의 인기는 다른 공연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정성화가 다른 공연을 하던 중, 객석에서는 또 다른 정성화의 목소리가 흘렀다. 누군가 휴대전화 벨소리를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로 해놓은 것. 하필 ‘영웅’을 연출한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도 공연을 보러 온 날이었다. “허둥지둥 휴대전화를 끄는 관객을 슬쩍 봤어요. 묘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정성화는 종종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강의를 한다. 그는 “배우는 절실해야 한다”며 “얼굴에 난 뾰루지를 걱정하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돌 분들이 오시는 것도 반깁니다. 단 잘해야 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다 발가벗겨 지거든요. 오셔서 놀라움을 주세요.”

신혼 생활로 화제를 바꾸자 그는 금세 ‘팔불출’이 됐다. 군 제대 후 바텐더로 일하던 시절, 6살 연하 이은호 씨를 만났고 7년 연애 끝에 작년 4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아내가 항상 모니터 해줘요. 객관적인 조언이라 들을 만 해요. 게다가 공연 사이트에 몇 개의 감상평이 올라왔는지, 유료관객은 얼마나 왔는지, 표로 정리해서 보여줘요. 소속사보다 정확하다니까요.”


아내의 내조를 자랑하던 그에게 어떤 남편이냐고 물었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다정한 남자?”라고 자평하더니 “그냥 애교 많은 아내를 보며 잘 웃는 남편”이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생각해보니 큰 이벤트를 한 적은 없네요. 둘 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고. 생활 속에서 잘 챙겨줘요. 쉬는 날 스테이크 만들어 주는 정도? 에이~ 고기만 구웠다뇨! 패밀리 레스토랑 수준이에요. 하하.”

▶ 달콤한 신혼생활 질문에 “아, 쑥스럽네요.”

결혼 후 달라진 점을 묻자 단박에 답이 나왔다. 그는 “결혼 전에는 공연 끝나고 와인 등 선물들고 기다리는 팬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싹 사라졌다”며 바리톤 음색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목 관리는 특별히 안 해요. 대신 잠꾸러기에요.”

뒤늦게라도 개그로 돌아갈 생각이 있는지 묻자, 그는 선을 그었다. “개그맨으로서가 아니라 배우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희극을 잘 하려면 비극도 잘 해야겠죠?”

그는 ‘오래토록 대중들에게 인기와 지지를 얻는 할아버지 배우’를 꿈꿨다.

“어려운 일이죠. 할아버지가 되서도 젊은이를 포용하려면, 배우로서 게걸스러워져야 할 것 같아요. 어디에 갔다 놔도 빛을 발하는 ‘신기한 놈’이 되고 싶어요. 차기작이요? 영화 ‘창수’는 다 찍었고, 음… 공연이라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하하.”

글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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