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 이어 정우성도… 드라마 촬영 부상공포

■ 부러지고 깨지고… 잇단 사고

액션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의 주인공 정우성(왼쪽)은 험한 격투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해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몸을 다칠 가능성도 커 카메라 앞에서는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사진 제공 SBS

돌진하는 차량에 치여 튕겨나가고, 운전 중이던 차가 미끄러져 머리가 깨지고, 말에서 뛰어내려 마차로 옮겨 타다 팔과 이가 부러지고….

상상만 해도 아찔한 사고들이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그날 찍어 그날 방송하다시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 크고 작은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촬영 현장을 오가다 일어나는 교통사고도 빽빽한 촬영 일정으로 배우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 좋게 큰 부상에서 벗어난 배우들도 “약 먹고 버텼다” “누가 먼저 쓰러지나 내기하는 기분”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돌진하는 차에 부딪히고, 목뼈 부러지고

20부작 SBS 월화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은 배우들이 다쳐 25일 14회분을 내보내지 못하게 됐다. 23일 오후 경기 성남시 경원대 지하주차장에서 촬영 도중 비밀조직 아테나의 요원 철규로 출연하는 정찬우가 주인공 정우성(정우 역)을 향해 총을 쏘며 차를 몰고 가는 장면에서 차가 미끄러졌다. 이 사고로 차는 대파되고 정찬우는 머리가 찢어졌다. 정우성은 이 차를 피하려다 예전에 다쳤던 오른쪽 무릎을 또 다쳤다. 정찬우는 찢어진 부분을 꿰매고 팔에 깁스를 했고, 정우성은 앉아서 촬영이 가능한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SBS는 우선 25일 방송분을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SBS의 수목드라마 ‘싸인’의 주인공 박신양은 지난주 일본 히로시마에서 촬영하다 종아리 근육이 경직되는 부상을 입어 목발을 짚고 다닌다. 총 16부작이고 아직 10회분이나 남아있는 상태여서 제작진은 박신양의 부상이 악화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배우의 부상으로 드라마 방송에 차질이 빚어졌던 대표적 사례는 MBC 드라마 ‘늑대’(2006년)다. 당시 배우 에릭은 차에 치일 뻔한 배우 한지민을 구해내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사인이 맞지 않아 스턴트 차량은 에릭에게 그대로 돌진했고, 에릭은 대본대로 한지민을 안고 뒹굴어 한지민은 경상을, 에릭은 중상을 입었다. 드라마는 방송이 중단됐다.

○ “빡빡한 일정, 비주얼 욕심이 화 불러”

드라마 제작진은 사전 제작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시간에 쫓기며 드라마를 찍다보니 배우와 스태프의 집중력이 떨어져 조그만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박신양은 종아리 근육을 다친 뒤 트위터에 ‘모두 잠을 못 잔다… 모두 너무 불쌍해서 할 말이 없다’ ‘언제 누가 먼저 쓰러지나 내기하는 것 같다’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배우 하지원은 ‘시크릿가든’을 찍으면서 “눈도 못 뜨는 지경이 되어 집중력을 키우는 약도 먹었다”고 했으며 ‘성균관 스캔들’의 박민영은 “카메라 앞에서 졸았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들이 자극적인 볼거리를 강조하다 보니 세심한 준비 없이 해외 촬영에 나서거나 배우가 직접 고난도의 액션신을 찍다 부상의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사장은 “특히 해외 촬영을 할 때 현지 기관과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찍다 보니 사고가 나기 쉽다”고 말했다. ‘아테나’의 정우성은 드라마 방영 전 이탈리아에서 차에 치이는 장면을 찍다 오른쪽 무릎을 다쳐 3개월간 목발에 의지했다. 23일 차량 사고도 전문적인 스턴트 배우의 도움을 받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모’와 ‘베토벤바이러스’를 연출한 이재규 PD는 “드라마의 3분의 1이라도 사전 제작한다면 어이없는 사고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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