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전형적인 강우석 사단 작품…‘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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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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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러브'를 읽는 색다른 방법

●이 시대 최고의 흥행 전문가의 '스포츠영화'
●상업적 코드와 감동의 코드를 절묘하게 버무리는 능숙한 솜씨


1월20일 개봉하는 스포츠영화 '글러브'는 전형적인 강우석 브랜드 영화다.
1월20일 개봉하는 스포츠영화 '글러브'는 전형적인 강우석 브랜드 영화다.

20일 개봉한 올해 첫 한국영화 '글러브'에는 주인공이 한 둘이 아니다.

첫 주인공은 누구보다 '이끼' '김씨표류기'등 충무로의 당당한 남자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한 배우 정재영(41)이다. 한 때 비주류 영화에서 거칠고 기괴한 역할을 주로 담당했던 그는 이제 완벽한 메이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2002년 정식으로 창단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다. 고교야구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야구팬들만 간간히 이름을 들었던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 야구부의 감동스토리는 영화의 모티브이자 중심 소재다.

이 밖에도 신비로운 마력의 여배우 '유선' 그리고 최근 전 국민적 스포츠로 각광을 받는 '야구'도 영화 글러브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140분에 달하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는 보다 새로운 주인공이 머릿속에 자리매김하기 마련이다. 바로 영화의 감독을 담당한 강우석(51) 감독이다.

영화 글러브는 '강우석'이란 존재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완벽한 '강우석 브랜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글러브'는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았던 아마추어 고교 야구부와 기적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프로 투수의 1승을 향한 리얼 도전기를 그린 영화로 2011년 1월 20일 개봉한다.

강 감독은 단순 스포츠영화에 그치지 않고 '청주성심학교'라는 청각장애우 야구선수란 실화를 바탕으로 상업영화의 필수요소인 '감동코드'까지 빼놓지 않았다. 정재영과 유선 등 자신이 전작 '이끼'에서 캐스팅한 배우들을 그대로 재활용한 그는 2시간20분이라는 충분히 긴 시간을 활용해 적당한 수준의 상업영화를 뚝딱 만들어 낸 것이다.

빠른 제작, 감동 코드, 인기 아이템, 그리고 강우석 사단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글러브'는 무난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우석의 필모그래피를 성공적으로 늘린 작품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화 글러브에서 '강우석 코드 7가지'를 뽑아봤다.

강우석 감독. 동아일보 손택균 기자
강우석 감독. 동아일보 손택균 기자

▶① 시사에 강한 '강우석'

지난해 이끼에 올인 했던 그는 이번 영화가 '쉬어가는 영화'일지 모른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상업영화의 거장답게 최근 인기절정의 야구란 아이템을 들고 나오며 정면승부를 택했다. 시사회장에서는 오히려 "이끼보다 더 성공할 영화이다"는 호언도 잊지 않았다.

성심학교 야구부는 2003년 첫 기사화 이후 많은 매체에서 다뤘지만 큰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다. 그런데 강우석 감독은 이 소재를 잊지 않고 야구의 인기가 높아진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영화화에 성공했다.

그는 영화판에서도 시사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고 기자들과의 격론도 피하지 않는 도전적 스타일로 유명하다.

특히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베일에 가려진 사건을 캐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검사의 세계(공공의 적)는 북한침투조(실미도) 조선시대옥새 논란(한반도) 등 시사월간지에서 다룰만한 굵직한 주제를 영화화해왔다.

▶② 강우석 사단의 재활용

강우석 감독을 단순히 상업영화 감독으로 가늠하는 영화인들은 없다. 그는 기획과 제작은 물론 배급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 그래도 '충무로 파워 순위 1위'이자 우리영화계 '주류 중의 주류'라고 부를 만하다.

때문에 강우석 감독 주위에는 언제나 '강우석 사단'이라고 불릴만한 수많은 영화인들이 존재한다. 물론 막강한 위치에서 나오는 권력에 의한 이합집산이 아니다. 배우 정재영은 "강 감독은 사람을 권력으로 움직이지 않고 진정성으로 움직이는 분이다"며 "카리스마와 헌신이 그를 20년 넘게 충무로에서 버티게 한 원동력이다"고 설명했다.

영화 '글러브'에서도 그는 전작에서 함께한 정재영과 유선을 주인공급으로 재기용했다. 배우들 스스로 "강우석 사단이 됐다"고 기뻐한 것도 물론이다. 이밖에도 '이끼' '공공의 적'에서 호흡을 맞춘 중견배우 강신일 역시도 영화에 '강우석 분위기'를 보다 강하게 만들었다.

강우석 감독. 스포츠동아 DB
강우석 감독. 스포츠동아 DB

▶③ 남성 영화를 선호하는 강 감독

지난해 배우 유선은 충무로의 헤로인이 됐다. 영화 '이끼'에서 강 감독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좀처럼 여성 배우를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실제 그의 영화는 주로 남성들이 집단으로 등장해 음모와 배신, 액션과 폭력으로 점철된 화면으로 구성되기 일쑤다. 때문에 그의 영화에서 로맨스는 불필요한 요소였고 당연히 여배우는 주인공급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 '글러브'에서도 눈길을 끄는 여성배우는 청각장애우들 가슴으로 돌보는 나주원 선생님(유선 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영화에서도 고등학교 야구부 10여명이 땀을 흘리며 자신들의 꿈을 성취해가는 스토리를 중심축으로 한다. 이들이 서해안의 모래사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에서 1000만 관객을 맞이한 '실미도'의 유격훈련 장면이 떠오른 것도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④ 빠른 제작과 경제적인 운용

영화 '글러브'는 지난해 6월말 첫 촬영을 시작했고 올해 1월 개봉했다. 지난해 강 감독의 복귀작 '이끼'가 7월14일에 개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얼마나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충무로 파워 1인자'라고 해도 과거와 같이 막대한 제작비와 초호화 캐스팅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결국 영화제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제작과 경제적인 운용만이 최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게다가 1월 말에는 설 연휴 특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제성을 맞추는 것도 감독 겸 제작자의 가장 큰 미덕일 수 있다. '강우석 브랜드'가 지속될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글러브\'의 주인공 정재영(오른쪽)과 유선. 이들은 전작 \'이끼\'에 이어 연달아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글러브\'의 주인공 정재영(오른쪽)과 유선. 이들은 전작 \'이끼\'에 이어 연달아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⑤ 언제나 빠지지 않는 감동과 '권선징악'

영화 '글러브'는 전형적인 충무로 영화이면서도 '작은 할리우드 영화'로 부를 수 있다. 영화 구석구석 '감동' 코드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소재 자체부터 '재기를 노리는 한국 최고의 투수'와 '청각장애우 야구부'로 정해졌을 때부터 영화는 감동의 눈물을 예고하고 만들어 졌는지 모른다.

강 감독은 꾸준하게 '권선징악'을 영화의 중심축으로 잡아온 감독 가운데 하나다. '연쇄 살인범'을 소재로 한 '공공의 적' 시절에서부터 그의 영화는 어둡고 폭력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실실 웃음이 나오는 페이소스와 함께 끝마무리는 밝은 미래를 암시하곤 했다. 그의 영화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⑥ 2시간24분? 점점 길어지는 상업영화의 트렌드

근래 영화계의 최고 화두는 다름 아닌 3D영화 '아바타'였다. 그러나 아바타는 영화인들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줬다. 다름 아닌 2시간 30분이 훌쩍 넘는 장대한 상영시간이 그 원인이었다. 영화 관람료가 1만원을 훌쩍 넘는 시대에는 이제 짧고 단순한 영화로는 관객을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얘기가 한국 영화계에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글러브'는 무려 144분(2시간24분)에 달하는 상당한 긴 영화다. 예술영화가 아니면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관객들을 붙잡고 있기 위해서는 탄탄한 스토리텔링은 물론이고 영화 막판까지 연출력이 살아 있어야 한다. 물론 만족스럽다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시도다.

▶⑦ 스포츠 영화?! 트렌드에 강한 '강우석'

최근 프로야구가 인기다. 2010 프로야구가 600만 명에 육박하는 관중을 기록하면서 야구 선수들 모두 스타로 등극했다. 시사에 강한 강 감독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쳤을 리 없다.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글러브'라는 시나리오를 이제야 꺼내들었음에 틀림없다. 끊임없이 트렌드를 탐색하고 상업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제작 시스템이다. 물론 이는 영화의 성공을 통해 한국영화의 판을 키우려는 비전을 지닌 강우석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도전일 것이다.

영화 '글러브'는 어떤 이들에게 조금은 저예산의 평범한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 영화시스템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진정한 강우석표 영화라고 기억될 것이다. 그의 장점과 매력이 충분히 발휘됐다는 점에서 말이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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