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은 에단 호크가 주연한 영화 ‘가타카’를 좋아한다. “열성 유전자로 태어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화 내용이 좋았어요. 전 항상 어딘가 결여된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요. 희망을 주거든요.”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꼴이 말이 아니죠? 밤을 꼬박 새웠어요. 정은 누나가 당당하게 인터뷰하고 오라고 파이팅까지 해줬는데….”
잦아드는 목소리, 반쯤 감긴 눈, 듬성듬성한 수염, 그리고 온화한 미소. 배우 이준혁(26)은 고행 중인 수도승 같은 얼굴로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 나타났다.
새벽 2시까지 촬영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다음 촬영을 강행한 뒤 오는 길이었다. 인터뷰 약속 시간까지는 2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쪽잠을 자는 대신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졌다고 했다.
2007년 SBS ‘조강지처클럽’으로 데뷔해 KBS2 ‘수상한 삼형제’에서 막내아들 김이상 역으로 인기를 끈 이준혁은 SBS ‘나는 전설이다’에서 남자 주인공 장태현 역을 맡고 있다. 상대역은 8세 연상의 톱스타 김정은(34). 박신양(42), 이서진(37), 정준호(40)로 이어지는 ‘김정은의 남자’ 대열에 연기 경력 4년차 배우가 합류한 것이다.
“정은 누나는 정말 맑고 순수한 사람이에요. 김정은의 남자가 된 부담감이요? ‘수상한 삼형제’ 때 파트너인 오지은 씨는 신인이라 솔직히 부담됐어요. 하지만 정은 누나는 ‘날 많이 안아주겠구나, 편하다’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한때 잘나가던 록그룹의 리더로 변호사 아내(장영남 분)와 남부럽지 않게 살던 태현. 지금은 이혼 후 7세 아들을 혼자 키운다.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서 천부적인 재능은 여전하지만 까칠한 성격 탓에 누구와도 일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보컬 전설희(김정은)가 이끄는 ‘컴백 마돈나 밴드’와 인연을 맺는다.
“초롱초롱하던 제가 지금은 많이 늙었어요. (11세 연상인) 장영남 씨 같은 누님들과 애정 연기를 해야 하니 나이 들어 보이는 게 중요하죠. 드라마 초반에는 6kg 정도 찌웠고, 목소리 톤도 차분하게 바꿨어요. 의상도 밝거나 스키니한 건 입지 않습니다.”
천재 음악가 역할이다 보니 불면증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도 컸다. 처음 기타를 잡아보는데 타고난 ‘박치’란다. 드라마 방영 한 달 전에 급하게 캐스팅된 탓에 단기속성 코스를 밟았다. 홍대 뮤지션 윤진에게서 기타 레슨을,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의 보컬 트레이너였던 가수 유미로부터 특별 훈련을 받았다. 드라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에 실린 ‘그대가’는 그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 곡이다. “그거 하나만 죽어라 연습했다”고.
아직은 드라마 초반. 설희와의 사랑도 아직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설희의 남편 차지욱(김승수)과 태현의 전 부인이 불륜 관계여서 설희와 그가 연인이 된다면 ‘부부 바꾸기’ 막장 코드로 내달을 수 있다.
“쪽 대본으로 촬영하다 보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스릴을 느껴요. 설희와 저 둘 다 록을 좋아하고 배우자의 배신으로 이혼한 아픔이 있으니 공감대가 있겠죠. 참 지독한 인연입니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아직 부부 바꾸기까지는 안 나왔으니까 좋게 봐주세요.”
이준혁은 데뷔 후 3년 동안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SBS ‘스타의 연인’ ‘시티홀’, 영화 ‘악마를 보았다’ 등 8작품에 출연했다. ‘수상한 삼형제’를 끝내고는 3개월 동안 무조건 쉴 계획을 세우고 미국 여행 상품을 예약해 두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는 전설이다’에 투입됐고, 3년을 벼르던 휴가를 포기한 만큼 각오도 크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데다 30대 주부 록 밴드가 자기 의지로 꿈을 이루는 감동적인 모습이 그려지죠. 시청률 30%를 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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