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SBS, 3D방송 선점 경쟁

  • 동아일보

SBS ‘6월 월드컵’ 추진하자 KBS ‘5월 대구육상’ 맞불… 방통위 “조만간 결론”

KBS와 SBS가 지상파 첫 3차원(3D) 실험방송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SBS가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3D 방송 중계를 추진하자 KBS가 5월 19일 개막하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3D로 방송하겠다고 나섰다. 이 대회에는 남자 100m 세계기록보유자인 우사인 볼트가 참가한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KBS와 SBS는 5일 나란히 3D 실험방송 허가를 요청했다. 송경희 방통위 전파방송관리과장은 “SBS의 월드컵 3D 방송 얘기가 먼저 나왔지만 두 방송사가 같은 날 각각 다른 방송을 신청했다”며 “기술력이나 콘텐츠 등을 고려해 조만간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1월만 해도 대형 공연과 스포츠를 중심으로 3D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이었지만, 최근 SBS가 월드컵 3D 방송을 현실화하자 3D 방송 일정을 앞당겼다.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KBS가 3D 방송을 선도해야 하고 그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KBS는 일본에서 3D 카메라 6조(조당 카메라 2대)를 임차해 이번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생중계할 계획이다.

SBS는 KBS가 한발 앞서 스포츠 대회의 3D 중계를 추진하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노영환 SBS 홍보팀장은 “3D 방송을 직접 제작하는 것에는 기술적인 난관이 많아 경쟁사가 제대로 방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SBS는 자체제작이 아니라 월드컵 주관방송사인 SABC로부터 받은 3D 콘텐츠를 재송출한다.

KBS와 SBS가 지상파 첫 3D 방송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재 방통위가 가진 3D 주파수가 1개 채널(785MHz 대역)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양 방송사가 채널을 앞뒤로 나눠 쓸 수 있으나 10월 고화질(HD) 3D 실험방송을 앞두고 기술력 축적 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송경희 방통위 과장은 “실험방송을 먼저 한다고 해서 채널에 대한 우선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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