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1000만 넘은 영화들과 같은점-다른점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불가항력 맞선 가족이야기 비슷
여름개봉-천재지변 다룬점 달라

한국 인구의 5분의 1을 넘는 ‘1000만’이라는 관객 수. 작품성과 마케팅 전략, 개봉 시기, 입소문 등 모든 요소를 갖춰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닿기 힘든 ‘꿈의 숫자’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실미도’(2003년),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왕의 남자’(2005년), ‘괴물’(2006년) 등 네 편이었다. ‘해운대’와 역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의 닮은꼴과 다른 점을 꼽아봤다.

▽닮은꼴=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대부분 ‘족(族)’에 호소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분단 상황이 빚은 ‘민족’의 비극을 다뤘고 ‘괴물’과 ‘해운대’를 관통하는 정서는 ‘가족’이었다. 민족과 가족 둘 중 하나의 ‘핏줄’은 걸쳐야 국민적인 공감대를 아우를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이들 ‘1000만 영화’는 성별에 따른 선호도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다섯 영화 모두 12세 이상 혹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돼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노렸다. 인기 TV 드라마에 재벌 2세가 있다면 1000만 영화에는 불가항력적인 힘에 당하는 소시민이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두 형제는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뛰어들고 ‘실미도’에서는 국가 권력이 개인을 억압한다. ‘괴물’에서는 환경오염이, ‘해운대’에서는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자연재앙이 소시민의 삶을 헝클어뜨린다.

▽다른 점=영화 ‘해운대’가 겨울에 개봉했다면 어느 정도나 성공을 거뒀을까. ‘해운대’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흥행의 최고 요소로 겨냥한 점이 다른 1000만 영화들과 다르다. 천재지변을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점도 새롭다. ‘리베라메’(2000년), ‘싸이렌’(2000년) 등 화재를 다룬 재난영화는 있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해운대’는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간 유일한 1000만 영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극기 휘날리며’에는 진태의 약혼녀 영신(이은주)이, ‘괴물’에도 양궁선수 남주(배두나)와 딸 현서(고아성)가 있었지만 작품을 이끌어 가는 배역은 아니었다. 반면 ‘해운대’는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하지원)와 연희를 사랑하는 만식(설경구)이 줄거리의 축을 이뤘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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