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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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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20)은 신예 배우로는 드물게 매년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2006년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로 데뷔한 뒤 이듬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얼굴을 알렸다. 2008년 ‘에덴의 동쪽’에는 아역으로 출연했고, 올해 초 ‘꽃보다 남자’에서 F4 멤버로 인기를 얻었다. 그새 영화도 3편 촬영했다. ‘꽃보다 남자’가 종영한 지 겨우 4개월, 그는 SBS 드라마 ‘드림’에서 소매치기 전과범으로 이종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이장석 역할로 돌아왔다. F4의 꽃미남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거칠고 승부사 기질을 지닌 강한 캐릭터다.
‘잘생긴 얼굴에 연기력이 묻힌다’ ‘운이 좋아 쉽게 스타가 됐다’는 말이 듣기 싫어 그는 늘 ‘더 노력해야 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드림’ 촬영에 앞서 그를 만났다.
―전작 ‘꽃보다 남자’의 여운이 남은 상태에서 새 드라마에 출연했다. 너무 빨리 복귀한 것 아닌가.
“전작의 이미지를 빨리 깨려는 생각은 없었다. ‘드림’의 이장석 역할이 매력적이라서 택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꼴통’이면서 불우한 환경 때문에 내면의 아픔을 지닌 캐릭터다. F4는 내게 ‘양날의 칼’ 같은 역할이었다. F4를 연기한 것은 행운이고 그 덕분에 많이 알려졌지만 연기자로서 하나의 이미지에 안주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잘생긴 외모 덕분에 어려서부터 꿈이 ‘배우’였을 것 같다.
“원래 꿈은 축구선수였다. 중학생 때 우연히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보러 갔다가 서로 축하해 주는 배우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첫 연기 선생님이 ‘넌 끼와 재능이 없다.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 선생님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포기하더라도 ‘정면승부’를 한 뒤 그만두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은 무엇인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에덴의 동쪽’의 이동철 역할이다. 당시 제의를 받고 캐릭터가 너무 강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본 연습도 못했다. 감독이 ‘캐스팅을 염두에 둔 사람이 가수를 포함해 여러 명 있는데, 넌 지금 가수보다 연기를 못한다’고 하시더라. 이 말에 자극을 받아 시골의 물품창고에 가서 촛불만 켜놓고 연습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다.
“‘드림’에서는 이장석을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 뒤에서 힘쓰는 트레이너와 스포츠 에이전시, 체육관 관장이 있다. 이장석의 드림(꿈)이 이뤄져야 이들의 드림도 이뤄진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나를 ‘일반인’ 김범에서 ‘배우’ 김범으로 만들어 준 것은 매니저와 여러 스태프다. 이들은 정작 환호를 못 받는데도 그 힘든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훌륭한 배우라는 드림을 이뤄 이들의 드림도 이뤄주고 싶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