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없고 불륜 없어도… ‘찬란한’ 비결은?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한류 스타도 없고 해외 로케이션도 가지 않았다.

불륜 등 주말연속극의 단골 메뉴도 찾아볼 수 없다.

착한 여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성공과 사랑을 얻는다는 기본 줄거리도 흔한 통속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평을 받던 SBS 주말연속극 ‘찬란한 유산’(극본 소현경·연출 진혁)이 ‘주말연속극 성공 방정식’을 써가고 있다.

이 드라마는 4월 말 방영 초기 비슷한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되풀이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12일 방영된 24회가 전국 시청률 41.3%에 올라서며 올해 드라마 최고 일일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1월 29일 40.4%를 기록한 SBS ‘아내의 유혹’이었다. 》

■ SBS ‘찬란한 유산’ 시청률 40% 돌파

시청자 ‘센 드라마’에 피로감 느껴
“편한 게 좋다” 착한 드라마에 몰려
탄탄한 스토리가 뒷심발휘에 한몫

○ 착한 드라마의 착한 인기

찬란한 유산은 ‘착한’ 드라마다. 낯 뜨거운 노출이나 거친 폭력도 찾을 수 없고 욕설도 듣기 어렵다. 아내의 유혹이 갈 데까지 간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그 대척점에 서서 성공한 셈이다.

조연출 오진석 PD는 “그동안 지상파 방송 3사에 모두 극한 상황과 표현이 난무하는 ‘센 드라마’가 많았다. 시청률이 높은 때가 많았지만 지상파에서 다룰 수 있는 최대치를 반복적으로 다뤘다. 센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피로도가 쌓였다고 판단해 비교적 건전한 길을 잡았다”고 말했다.

24회까지 전국 평균 시청률은 29.7%. 4월 25일 첫 방송에서 15.9%로 순조롭게 출발한 뒤 5월 31일 12회에서 30% 벽(32.1%)을 넘은 뒤 꾸준히 상승세다. 뒷심이 붙고 있는 것은 그만큼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유산과 핏줄이라는 보편적인 사회 갈등 속에 애정, 권력 등의 대립 구도를 균형감 있게 배치했다. 막판으로 가면서 반전 카드로 흥미를 높인다는 것도 인기 유지 비결. 12일 방송에선 장숙자(반효정) 회사의 경영권을 회사 이사인 박태수(최정우)가 주주총회를 열어 빼앗으려는 시도가 벌어진다. 장숙자의 손자인 선우환(이승기)과 고은성(한효주)이 회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은성을 좋아하는 박준세(배수빈)가 아버지 태수의 비밀 주식 매입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막판까지 긴장감을 살렸다.

○ 주말연속극+미니시리즈, 퓨전의 힘

최근 몇 년 동안 주말연속극은 일단 3대가 나오고 조부모(혹은 부모)와 자녀 세대가 갈등하고 화해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찬란한 유산도 장숙자와 선우환이 대립했다가 화해했지만 플러스알파가 있다. 가족 내 갈등에 그치지 않고 설렁탕 기업의 주도권과 관련한 권력 암투를 넣은 것.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기존 가족 주말드라마에 기업 경영권 다툼 등 미니시리즈에 주로 사용됐던 주제를 믹스해 ‘미니시리즈식 주말연속극’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의 시청자 가운데 30∼50대 남성비율은 21.5%다. 드라마 주 시청층인 30∼50대 여성비율(38.4%)보다 적지만 남성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한 셈이다. 즉 반효정을 내세운 노년층의 권위(장년 시청자층)+기업 음모(남성층)+이승기 등 남녀 배우 4명의 애정관계(젊은층) 등을 혼합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드라마가 됐다는 것이다.

○ 스타는 없다, 변신은 있다

중장년층에는 여배우 김미숙과 유지인의 변신이 놀랍다. 1979년 KBS 드라마 ‘동심초’로 데뷔한 이후 30년 만에 악역을 맡은 김미숙은 표독하기 그지없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힐 것 같지 않은 우아했던 유지인은 푼수 며느리로 망가졌다. 가수로 데뷔한 이승기와 2005년 MBC 논스톱 5로 데뷔한 한효주는 각각 스물두 살에 대표작을 만났다. 이들은 연기보단 풋풋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섰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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