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기 프로에 살빼기 정보는 없고…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케이블 E채널 ‘…비만스캔들’ 외모 비하-희화화 눈살

“그 ‘식충’이를 어떻게 해야 돼요?”

7일 케이블채널 E채널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작전남녀 비만스캔들’(화 오후 11시·사진). 여성 출연자가 “야!”하고 소리치며 자고 있는 남성 출연자의 머리를 때린다. 살을 빼야 하는 남성 출연자가 몰래 떡볶이를 먹었다고 구박하는 것. 이 여성 출연자는 남성 출연자를 ‘식충’ ‘뚱땡이’라고 표현한다.

이 프로그램은 과체중인 남녀 출연자와 남녀 트레이너를 짝지어 13주 동안 합숙한 뒤 체중을 많이 줄인 출연자의 트레이너에게 1000만 원을 준다. 유행하는 ‘동거 버라이어티’에 살 빼기를 더한 것. 그러나 다이어트를 한다는 이름으로 과체중 출연자의 외모를 비하하고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방송은 과체중인 남성 출연자가 차간 간격이 좁은 주차장에서 차에 타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곧이어 ‘헉, 차에 탈 수는 있는 걸까’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여성 트레이너는 이 남성에게 “배가 터져서 숨 막혀 죽으면 어떻게 하냐”라고 말한다.

‘충격요법’이라며 이 남성이 지하철 개표구를 간신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막으로는 ‘지하철 개표구를 통과할 수 있을까’ ‘앗 통과했다’ ‘두 사람 자리 차지한 ○○’ 등 과체중인 출연자의 불편한 일상을 희화화했다.

과체중인 여성 출연자가 거실의 탁자를 밀어 움직이자 “역시 힘이 장난 아닌데∼”라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살 빼기’를 소재로 했지만 3회까지 정작 식단 관리는 시작하지 않았다. 방송에는 건강을 해치지 않고 살을 빼는 방법에 관한 정보가 없다. 프로그램에서 무명 배우들이 출연자들과 합숙을 하며 운동 등을 권장하는 ‘생활 트레이너’ 역할을 한다. 두 배우는 “상금을 받기 위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주하 PD는 “살 빼기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관련 정보를 내보내지는 않지만 출연자들에겐 주 1, 2회 의사의 상담과 피트니스센터의 전문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배우들의 거친 말투는 과체중 출연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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