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현에 대한 3가지 오해…그는 개그맨이 아니었다

  • 입력 2009년 3월 23일 07시 48분


백재현은 인기 뮤지컬 연출가다.

그가 만든 ‘루나틱’은 지금도 대학로 전용관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TV에서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를 잊혀진 대중스타로 오인하기 쉽지만 공연 쪽에서는 단 1분도 쉬어본 적이 없는 열혈 공연쟁이다.

‘루나틱’, ‘페이스 오프’, ‘염라국의 크리스마스’ 등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새로운 작품도 구상 중이다.

하루에 채 2시간도 안 자는 그는 잠꼬대조차 공연 일색이다. “조명 따라가!”, “이리로 가. 저리로 가”라고 외쳐대는 통에 함께 자던 동료들을 섬뜩하게 만든다. 천상 공연이 그의 숙명이다. 자는 순간에도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백재현은 어릴 적 책 도매업을 하던 부모 영향으로 자연스레 책을 접했고, 학창시절 같은 공연을 수십 번 보러 다니며 활자와 공연 이미지를 동시에 섭렵했다.

혼자 대본과 가사를 쓰고 뮤지컬 연출을 하는 것은 모두 꾸준히 보아온 창작물과 그로 인해 생긴 아이디어와 열정 덕분이다. 지금도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 닥치는 대로 가리지 않고 작품을 본다.

서울예전 88학번인 그는 신동엽, 송은이, 안재욱, 이병진 등과 공연을 하면서 대학시절 연출실력을 인정받았고, 곧 TV에서도 인기를 얻는다. KBS ‘개그 콘서트’를 성공시켰고, 미련없이 다시 본래 터전인 공연계로 돌아왔다. 그는 24시간 내내 오로지 공연 생각뿐이다. 누군가는 그를 ‘천재’라고도 부르고, 잠을 잘 안 자서 ‘태양’이라고도 부르며, ‘한솥의 저주’라고도 불렀다.

한솥의 저주는 그가 제작진들과 도시락만 시켜 먹을 정도로 돈을 아껴 썼다는 뜻에서 나왔다. 회식이나 다른 여타 비용을 줄이고 오로지 공연에만 돈을 썼다.

단,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월급을 하루라도 늦게 주는 법 없이 철저하고 꼼꼼하게 일한 것으로도 대학로에서 유명하다. 백재현은 공연에 대한 꿈이 있으면, 현실로 기필코 만드는 타입이다. “대학시절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2008년 ‘루나틱’과 ‘스카이워크’를 두 곳에 올렸다. 이제 그의 꿈은 라스베가스다.

2007년 겨울 라스베가스 ‘태양의 서커스’ 상설 공연장에서 ‘오’, ‘카’, ‘주매니티’, ‘러브’, ‘미스테레’ 를 보고 충격을 받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무대가 위로 뜨고 돌고, 심지어 물로 확 바뀌는데… 돈을 들일 수 있다면 태권도 공연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라스베가스라서 가능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호텔의 얼굴이다. 공연 자체가 수익이 딱 떨어지는 게 아니다. 호텔은 파징코로 버는 거고, 공연은 투자였다. 매일 3000 명의 관객을 5년간 계속 매진시켜야 하는데, 한국이라면 투자 여건상 힘들다.”

그는 숲으로 보면 태양의 서커스가 거대해도 나뭇잎 하나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느꼈다. 태권도 기량이 서커스 동작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이때 그는 비용에 따른 ‘유연성’을 떠올렸다. 1억으로도 무대에 올릴 수 있고 100억으로도 올릴 수 있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3명의 파란 피부의 남자가 등장하는 ‘블루맨 쇼’를 17년 전 뉴욕의 250석 소극장에서 봐도 웃겼는데, 라스베가스에 가서 3000석에서 봐도 웃겼던 것이다.

“내가 저만한 쇼를 만들어 뉴욕에서 인정받으려면, 내 돈을 들여서 할 수 없으니까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재미있다고 내 콘텐츠를 가져가면 되겠구나 싶었던 겁니다. 수익의 1%만 와도 상관없어요. 다만, 그들이 살 수 있는 콘텐츠를 내가 기필코 태권도로 해보자고 결심한 겁니다”

그래서 그는 연습실에서 보든 라스베가스 상설 공연장에 보든, 기술적인 무대 차이일 뿐, 똑같이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매순간 꿈꾸고 노력하고 있다.

전주 |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화보]스포츠동아 1주년을 축하한 스타 스타

[관련기사]백재현,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 연출자 변신

[관련기사]백재현 태권+비보잉 결합 뮤지컬로 브로드웨이 진출

[관련기사]백재현의 ‘패밀리’, ‘USA…’ 수상

[관련기사]‘태권 부처’ 영국 간다 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