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아카데미, 미국 밖으로 눈 돌리나

  • 입력 2009년 2월 25일 17시 02분


◆아카데미, 세계로 가나?

(박제균 앵커) 해마다 이맘때면 영화 팬들의 관심이 미국 할리우드로 쏠립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문인데요. 비록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에는 들지 못하지만, 대중성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계의 잔칫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 데 모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죠. 올해로 81번째 맞은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모저모를 문화부 염희진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염 기자,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가장 큰 특징은 뭔가요?

(염희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깜짝쇼는 없었다'입니다. 예년보다 저조해진 관심을 만회하려 주최 측은 시상식 전에 "깜짝 놀랄 준비를 하라"고 귀띔까지 했는데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다른 이변은 없었습니다.

일단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8개 부문의 상을 휩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골든 글로브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휩쓸며 일찌감치 유력한 오스카 수상 후보로 꼽혀온 작품입니다. 다른 상들도 예측과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밀크'의 숀 펜도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와 경합을 벌이기는 했지만 유력한 수상 후보였고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지 6번 만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더 리더'의 케이트 윈즐릿과 남우조연상을 타며 두 번째 사후 수상을 한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역시 시상식 전부터 유력 후보로 꼽혀왔던 배우들입니다.

한편 최다 13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미술상 분장상 시각효과상 등을 수상하는 데 그쳤습니다. 첫 부부 공동수상으로 기대를 모았던 브래드 피트와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체인질링'의 앤젤리나 졸리 부부도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고요.

(박 앵커) 아카데미상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협회 회원 6000여명이 투표로 결정하지 않습니까? 주로 미국적 가치를 강조하는 영화가 좋은 성적을 얻어온 걸로 아는데, 이번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염) 올해 아카데미상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아카데미상이 미국 안의 영화제에 벗어나 좀더 세계적으로 눈을 돌렸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에 비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할리우드 영화에만 국한된 자국 영화제에 불과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7일 이상 상영해야만 아카데미 수상작 후보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우선 8관왕의 영예를 얻은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빈민가를 전전하며 어렵게 자란 청년이 최고 2000만 루피, 약 6억 원의 상금이 걸려있는 퀴즈쇼에 출연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영국과 인도의 합작 영화인 데다, 대사 대부분이 힌두어로 제작됐습니다. 영화계 주류였던 아카데미가 소수자 문제에 눈을 돌렸다는 사실은 동성애자의 인권문제를 다룬 '밀크'가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탄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상이 미국 출신배우들의 잔치였다는 통념을 깬 것도 올해의 특징입니다. 4개 부문 연기상 가운데 3개 분야를 영국 호주 스페인 배우들이 차지했습니다. 숀 펜을 제외하고 케이트 윈즐릿은 영국 출신, 히스레저는 호주 출신, 우디 앨런 감독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페넬로페 크루즈는 스페인 출신 배우입니다.

(김 앵커) 아카데미상 시상식 뒷얘기도 궁금한데요?

(염) 네, 아카데미 시상식 하면 레드카펫 위의 화려한 여배우들이 떠오르시죠? 올해 드레스의 특징은 순수한 미백의 드레스였습니다. '섹스앤더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를 비롯해 '레이첼, 결혼하다'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앤 헤서웨이, 페넬로페 크루즈, 제니퍼 애니스톤 등이 각양각색의 흰색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반면 사회자인 휴잭맨과 '맘마미아' ''물랑루즈' 등 뮤지컬 영화 주제곡을 부른 가수 비욘세가 입은 검정색 바탕의 금색 드레스는 과도한 장식으로 워스트 드레서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시상식에 참여한 커플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는 한때 부부였던 브래드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톤이 이혼 후 처음으로 각자의 연인과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안젤리나 졸리와 공식석상에 자주 나타났던 피트와 달리, 애니스톤이 애인과 함께 등장한 건 2005년 이혼 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녀는 결별설이 돌던 가수 존 메이어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아 취재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박 앵커) 염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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