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낭소리’의 힘… 30만명의 가슴을 적신 ‘늙은 소’

  • 입력 2009년 2월 10일 07시 12분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백미라(29)씨는 토요일인 7일 오후 ‘워낭소리’를 보기 위해 시내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았다.

‘감동적이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졌지만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선입관에 좌석을 쉽게 구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워낭소리’의 전 좌석은 오후 늦은 시간까지 매진됐고 결국 표를 구할 수 없었다.

미남미녀 스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한국영화가 개봉했고 할리우드 톱스타 윌 스미스의 영화도 극장가에 새로 등장했다.

하지만 농촌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늙은 소 한 마리가 등장하는 영화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흥행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워낭소리’는 팔순의 농부와 마흔살 된 소의 우정과 삶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

워낭은 소나 말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매단 방울이나 쇠고리를 가리킨다. 영화는 마치 그 워낭의 딸랑거리는 소리처럼 잔잔한 울림으로 관객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불과 1억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고 국내 개봉한 독립영화 최다 관객기록까지 세웠다.

처음 단 7개관에서 시작된 영화는 입소문을 거쳐 이제는 163개 스크린에서 상영하며 8일 현재까지 전국 30만여명의 관객을 만났다. ‘기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폭발적인 흥행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스크린가입률 98%)이 6일부터 8일까지 집계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워낭소리’는 11만9867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워낭소리’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마린보이’(23만 5006명)와 ‘적벽대전2’(15만 8853명) 두 편 뿐이다.

특히 ‘워낭소리’의 스크린수는 교차상영을 포함해 163개. 433개의 ‘마린보이’는 물론 박스오피스 9위인 ‘키친’(221개), 10위 ‘체인질링’(187개)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다.

‘워낭소리’는 다른 상업영화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예산 탓에 제대로 된 광고마케팅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관객의 입소문이란 강력한 ‘홍보’에 힘입어 8일까지 17억9635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제작비 대비 무려 1800%의 매출 규모다.

‘워낭소리’보다 100배 많은 약 100억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쌍화점’은 37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약 251억원의 극장 매출을 기록했다. 만약 ‘쌍화점’이 ‘워낭소리’와 같은 비율의 흥행 매출을 기록하려면 2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급사 인디스토리는 ‘워낭소리’가 관객 50만명 이상까지 무난히 동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디스토리는 “HD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돼 필름 프린터가 필요없어 갑자기 쏟아진 극장의 상영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밸런타인데이가 자리한 개봉 5주차 주말에는 200개 이상 스크린이 늘 전망이다”며 “50만 관객까지는 예상하고 있지만 워낙 유례없는 폭발적인 인기로 최종 스코어에 대한 예측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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