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정만화’ 유/지/태 … 어깨힘 쫙∼ 빼고 관객 곁으로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7시 42분


강풀의 만화 ‘순정만화’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큰 기대가 몰려왔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유지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딱 맞는 인물이다!’는 느낌 보다는 ‘정말?’이라는 되물음이 먼저 나왔다.

배우로 그의 역량을 의심하는 물음은 아니다. 유지태의 출연작에도 따뜻한 멜로 ‘봄날은 간다’와 ‘동감’이 있다. 하지만 벌써 8∼9년 전 영화다.

최근 그는 좀 더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슈퍼히어로 ‘황진이’의 놈이와 ‘야수’의 피도 눈물도 그리고 성역도 없는 검사 오진우가 대표적이다.

누구는 2006년 ‘가을로’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순정만화’와는 정반대인 눈물이 펑펑 흐르는 애절한 멜로다. 제목 그대로 ‘순정만화’의 설레고 따뜻한 멜로는 최근 그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순정만화’의 연우는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나이는 서른이지만 아직 때 묻지 않은 심성착한 청년. 사랑에 빠진 띠 동갑 여고생에게 꼬박 꼬박 “○○씨”라고 존대하는 착한 남자다.

# “쓸데없이 심각했다. 내 연기를 보고 관객이 행복할 수 있다면...”

유지태는 “쓸데없이 심각했던 것 같다. 변하고 싶었다”고 말을 땠다. 그리고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관객들이 행복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지태는 “처음 시나리오는 맘에 들지 않았다”고 불쑥 말했다.

배우로서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그이기에 “혹시 신인연기자 강인, 한 참 후배 이연희, 그리고 채정안과 나눠 갖아야 하는 주인공 자리 때문이냐?”고 물었다. 유지태는 “정반대”라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는 지나치게 저에게 많이 쏠려 있었어요. 제가 이상한 배우인지 몰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설렘을 표현하려면 각자의 느낌이 골고루 전달되어야 좋을 것 같았습니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한 명만 많이 나오면 얼마나 재미없었겠어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원조교제가 문제인 이 세상에 연우는 그런 나쁜 아저씨들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어느새 그런 순수한 아저씨가 귀해지고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된 게 우리 사회다.

유지태는 “여고생과 사랑이 순수해 보일 수 있도록 원작처럼 최대한 어수룩하고 순수한 사람으로 표현했습니다. 아저씨요? 사실 서른은 외국에 나가면 젊고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우리는 아저씨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하하.”

유지태는 지금까지 정극을 지양했지만 ‘순정만화’에서는 힘을 빼고 연기했다고 했다.

“기획영화다. 로맨틱 코미디 아니냐? 폄하하고 무시 할 수 있겠지만 너무 지나친 예술적 사치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투영되어 있고 흔적이 묻어있는 영화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새로운 도전, 감독은 오래된 꿈

유지태는 힘을 뺀 ‘순정만화’에 이어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을 결정 ‘스타의 연인’을 촬영하고 있다. 탤런트와 영화배우, 이미 영역구분이나 장벽이 사라진지 오래됐지만 영화배우 한 길을 고집하던 유지태가 선뜻 TV 드라마를 선택한 것도 의외였다.

“경쟁력을 키우고 싶었어요. TV드라마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선호는 많은 시간 공을 들여 한 장면을 완성하는 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연기자로 순발력을 갖춰 경쟁력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새 도전입니다. 촬영장에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배워지는 게 정말 많습니다. 한 마디로 흥미진진합니다”

TV드라마가 유지태에게 새로운 영역이라면 영화감독은 오래 전부터 준비한 꿈이었다. 최근에는 장편 영화 시나리오 2고를 완성했고 수정, 보완과 함께 콘티 작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유지태는 “영화인으로 살고 있는 것도 감사하지만 전문 배우, 전문 감독이 되는 건 제 꿈입니다”고 말하며 “연예인은 딴따라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고 반대로 감독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것도 바꾸고 싶다. 모두 각 위치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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