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80억 절감-5년간 10% 감원” KBS 비상경영案 내놓는다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3시 01분


KBS가 올해 말까지 제작비 80억 원 감축, 5년간 10% 인력 감축 등 비상경영안을 내놓는다.

KBS 사측이 최근 낸 ‘특보’에 따르면 KBS는 올해 적자 규모가 900억 원, 내년엔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비상경영과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KBS는 최근 이병순 사장을 비롯해 본부장 지역총국장 팀장 등이 회의를 갖고 광고 수입 급감에 따라 예상되는 대규모 적자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선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9월 29일 국회가 KBS 결산승인 때 제시한 인건비 인하와 제작비 효율화 등 13개 항의 경영 개선 자구 노력을 이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KBS는 현 위기를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로 규정하고 경영 개선과 비용 절감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안을 확정해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인력 감축과 제작비 절감=KBS는 내년부터 5년간 800여 명이 퇴사하는 반면 신규 채용은 매년 60∼80명으로 줄여 전체 인원의 10%를 감축할 예정이다.

연봉계약직 등 비정규직도 5년간 8% 줄이고 연간 유지비용이 30만 달러(약 4억2000만 원)에 이르는 특파원을 감축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KBS는 내년 예산에서 직원들의 복지카드 사용액 50% 삭감과 건강검진료 15만 원 삭감도 반영할 예정이다. 명예퇴직, 임금 피크제, 능력급제 확대, 안식년제 도입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KBS는 17일 시작된 가을 개편을 통해 2TV ‘대왕 세종’의 후속 드라마를 연기해 모두 18억 원을 줄이는 등 올해 두 달 동안에만 80억 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KBS는 이번 개편에서 TV와 라디오에서 외부 MC 17명을 교체하고 외부 전문가나 기자의 전화 연결을 줄여 연간 25억 원을 절감했다. 송신소 중에서도 서울 개봉송신소와 경기 양주중계소를 폐소하고 이들 용지도 매각할 예정이다.

▽방만 경영에 대한 근본적 대책 필요=KBS의 비상경영 방안은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으로서는 미흡한 대목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 SBS의 경우 임원들이 스스로 연봉을 삭감했지만 KBS는 그런 측면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KBS의 비상경영 방안은 또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과 맞물려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 노조는 24∼26일 차기 집행부 선거를 치를 예정이어서 비상경영안 협상은 차기 노조의 몫이다. 이 선거에서 이 사장을 반대하는 측이 당선되면 노조와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선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KBS는 그동안 감사원과 국회가 지적한 퇴직금 누진제 폐지, 36%에 달하는 인건비성 경비 축소 등 경영 효율화 방안에 대해 수년째 ‘노조와 협의 중’ 등 여러 핑계로 방치해 왔다”며 “이번에 단순한 비용 절감에 그치지 말고 체질개선을 이뤄 ‘방만 경영’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도 “위기에 놓인 KBS의 타개책은 공공성 높은 편성과 프로그램 공정성 유지로 다른 방송과 차별화하는 것”이라며 “이번 위기를 광고 수입 증대만으로 풀려고 하지 말고 공영방송답게 국민의 지지 속에서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