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암 이기고 다시 연기하고 싶어요”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7시 56분


“한국 영화가 무척 어렵습니다. 직업이 배우인 사람으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많은 영화에 출연하려고 합니다.”

요즘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 손예진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런데 그녀 못지않게 빨리 영화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고, 그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는 여배우가 있다. 바로 현재 암과 투병중인 장진영이다.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두 번, 대한민국영화대상 여우주연상 한 번. 전도연, 이영애, 김혜수, 하지원, 손예진과 함께 4억 원 이상의 개런티를 받는 대형 스타. 이런 장진영의 부재는 요즘 깊은 침체로 고심하는 영화계 사람들에게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심은하는 스크린을 떠났고, 이영애는 깜깜 무소식이다. 전도연은 출산휴가중이고. 개성이 강한 김혜수는 숨고르기 중이다. 전지현은 최근 출연작의 성적이 부진하다. 자연 손예진, 하지원에게 쏠리는 하중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공포부터 멜로 코믹은 물론, 여배우들이 대부분 꺼려하는 거친 캐릭터까지 소화하던 배우 장진영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보이는 건 당연한 일”며 말했다.

장진영은 여배우가 감당하기엔 너무 대작이라서(‘청연’), 또는 육두문자 입에 달고 사는 역할이라서(‘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하 ‘연애참’), 그리고 너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어려운 역할이라 다들 주저할 때 기꺼이 주연을 맡았다.

때론 이런 선택이 아픈 실패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100억원이 투입된 영화 ‘청연’이 흥행에 실패했을 때는 연기활동에 대한 회의를 밝히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인 ‘연애참’의 연아를 통해 또 한 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였다.

영화계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은 배우로서의 여러 자질 외에 천상 배우일 수 밖에 없는 남다른 근성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진영은 지난 해 “로비스트라는 직업에 끌렸다”며 잠시 영화를 떠나 드라마 ‘로비스트’에 출연할 때도 “스크린보다 작은 브라운관 사이즈에 얼굴과 몸짓을 맞춰야 한다”며 체중을 줄이는 프로의 면모를 보였다.

그녀는 9월 24일 종합검진에서 위암 발병을 알기 전까지도 새 작품을 고민하고 있었다. 장진영은 당시 성공과 실패, 사랑과 이별을 20대부터 40대 후반까지 연령대에 걸쳐 소화해야 하는 한 영화에 관심을 보였다. 역시 다른 배우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역할.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어려운 인물에 더 욕심과 의욕을 보였다.

현재 장진영은 스크린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한 의지로 병과 싸우고 있다. 장진영의 한 측근은 “다시 연기를 하기 위해 강한 의지로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이 측근은 “최근 문병객을 직접 맞는 등 마음도 안정을 되찾았다. 꼭 나아야겠다는 본인 의지가 매우 중요한데 스스로 최선을 다해 치료에 전념해 가족들이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진영이 언제쯤 훌훌 털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한국 영화가 겪는 시련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영화인들의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복귀에 대한 바램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영상편집 박태근 기자

[화보]‘청순’에서 ‘섹시’까지…여배우 장진영의 매력

[관련기사]장진영 ‘위암보다 아픈 악플’

[관련기사]‘암 투병’ 장진영 “빨리 내 자리로 돌아가겠다”

[관련기사]암투병 장진영 “응원의 목소리에 힘이 난다. 꼭 극복할 것”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