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의 ‘이별레터’ 뒤에는 ‘악플의 그림자’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7시 34분


어느새 한국 대중 문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누리꾼들의 악플. 톱스타 최진실이 누리꾼들의 ‘형체없는 횡포’로 자살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극성스런 악플은 여전하다.

이번엔 7년 넘게 인기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연예인이 무분별한 악플에 대한 유감을 나타내며 방송에서 도중 하차했다.

윤도현. 밴드 YB의 리더이자 지상파 인기 음악 프로그램인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진행자인 그가 29일 전격적으로 방송 진행 중단을 선언했다.

윤도현측이 표면적으로 밝힌 도중 하차 사유는 음악활동에 대한 집중. 소속사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는 “YB 8집 음반 발매와 전국투어콘서트에 음악적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하차를 결정했다. 내년 3월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될 YB의 미국 투어에 관한 스케줄상의 문제도 고려됐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의 악성 댓글이 그의 도중하차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 윤도현이 그동안 방송을 진행하면서도 새 음반 발표와 해외 공연까지 무리없이 소화했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하차를 요구해온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의 인신 공격성 발언 때문에 윤도현과 가족들이 그동안 상처를 받아왔다”며 “KBS 가을 개편을 앞두고 ‘윤도현의 러브레터’ MC직을 고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앞으로 윤도현은 음악 작업에만 몰두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윤도현은 이와 함께 10월부터 동료가수 이승환이 대체 진행하던 KBS 2FM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에도 복귀하지 않을 예정이다.

윤도현이 마녀사냥식으로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악플러’의 시비에 휘말린 것은 9월29일 일본뮤지션 프리템포 출연분이 방영된 후였다.

이날 윤도현은 프리템포의 노래를 잘못 소개하고,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립싱크라고 농담했다는 이유로 진행자 자질 논란에 휘말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비방의 글을 쏟아내며 윤도현의 프로그램 하차를 종용했다. 계속된 악플러들의 공격이 단순히 문제 제기를 넘어선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이어지자 윤도현은 결국 하차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은 윤도현 외에 다른 연예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악플이 성행하면서 “언론이나 인터넷에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두렵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예 인터넷을 보지 않는 연예인들도 많다. 일부 연예인들은 악플 때문에 지독한 우울증을 앓아온 사실도 밝히고 있다.

악플의 폐해가 연예인의 생계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게 되자 각종 포털사이트는 뒤늦게 댓글 규제에 나섰지만 익명성을 이용한 횡포는 뿌리 뽑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7년간 몸담았던 프로그램에서 물러나 음악활동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윤도현의 선택에 대해 그의 결정을 촉발시킨 ‘악플러’들은 이제 또 어떤 말들을 할까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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