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진실, 진실은 없고 루머만 판친다

  • 입력 2008년 10월 4일 07시 29분


악플도 또 다시 기승 “하늘나라까지 따라가며 괴롭히나”

‘정선희가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렸다’, ‘최진실을 죽였다고 경찰서에 자수한 사람이 자신이 정다빈까지 죽였다고 고백했다’, ‘안재환 사채와 관련된 서류가 최진실의 노트북에서 발견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톱스타 최진실이 악성루머로 마음 고생을 하다가 40여 년의 짧은 생을 마쳤다. 여배우이기 전에 아이들의 따뜻한 엄마이자 베풀기 좋아했던 친구였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유가족과 주위 동료들이 애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각종 루머들이 또 다시 이들에게 큰 생채기를 내고 있다. 한 스타를 죽음으로까지 몬 악성루머 및 댓글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음에도 여전히 무책임한 말과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최진실의 죽음이 알려진 2일 오전 한 경찰서에 “내가 최진실을 죽였고 정다빈 역시 내가 죽였다”라며 한 인물이 자수했다는 소문이 연예 관계자와 기자들 사이에 돌았다. 해당 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근거없는 루머임이 밝혀졌지만, 이때문에 한 때 최진실의 사망이 타살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날 오후에는 한 달 간격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두 명이나 잃고 힘들어하는 정선희와 관련된 악성루머가 돌았다. 이날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에 마련된 빈소에서는 얼마 전 남편 안재환을 잃은 정선희가 오열을 하며 친구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정선희가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렸다’는 소문이 등장했다. 갑작스런 정선희의 소재 확인 전화에 시달린 측근은 “정선희 씨는 지금 우리와 함께 있다”며 “쓸데없는 소문 때문에 (정선희 씨가)더 힘들어하고 있다. 제발 우리를 좀 내버려달라”고 호소했다.

안재환 사채 관련 악성 루머를 유포한 혐의로 한 회사원이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죽은 최진실의 노트북에서 안재환의 사채 관련한 서류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초경찰서 측은 “최진실 사망과 안재환 사채설에 관련해 수사는 없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설’을 부인했지만 고인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된 악성루머가 다시 한 번 거론돼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이 뿐만 아니다. 평소 고인을 괴롭혔던 악성 댓글들도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올라왔다. 일부 악플러들은 ‘잘 죽었네’ ‘XXX, 죽은 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관심을 받고 싶었냐’ 등의 입에 담지 못할 댓글로 고인의 죽음에 먹칠을 하고 있다.

최진실은 이혼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장밋빛 인생’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등을 통해 최고의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결국 사람들이 무심하게 내뱉은 말로 인해 스스로 목을 매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지금이야 말로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을 가슴 깊이 되새겨 봐야하는 시기가 아닐까.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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