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한 이미지 접고 독한 연기 펼칠래요”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드라마 ‘태양의 여자’서 변신 이하나

“하는 일마다 잘 안되고 소속사는 문을 닫았죠. 내가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2006년 초 한 달만 시간을 갖자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어요. 햇반 한 개로 세 끼를 때웠죠.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의 배경이 된 마을을 찾아가려다 열차에서 잘못 내렸어요.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아늑한 햇살 아래 지도엔 없는 작고 아름다운 포도밭이 나오더라고요. ‘이거구나’ 했어요. 조금 덜 멋있을지언정 내 힘으로 해보는 것 말이에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 인근의 한 카페. 스물여섯 살의 이하나(사진)는 데뷔 전 추억을 꺼냈다. 여행에서의 충전 덕분이었을까.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SBS 드라마 ‘연애시대’(2006년)의 손예진 동생 역을 꿰차면서 세상에 자신을 알렸다.

그러나 그는 단국대 생활음악과 재학 시절부터 ‘무대 공포증’ 때문에 많이 울었다. “한동안 방송국 편집실에서 제 연기를 모니터하면서 부끄러워서 많이 울었어요.”

뒤이어 출연한 KBS2 ‘꽃피는 봄이 오면’ 마지막회 시청률이 8.2%, MBC ‘메리대구 공방전’이 5.5%를 기록하자 자신의 연기력 부족으로 시청률이 낮아졌다고 자책했다.

“며칠 전에 ‘메리대구…’를 다시 봤어요. 대구에게 준 로또 복권이 당첨되면서 꿈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일어나면서 제가 ‘르∼또’라고 발음하는 거예요. 별것 아니었지만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그래, 내가 애썼구나, 수고했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하나는 28일 첫회가 방송되는 KBS2 수목 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언니와 뒤바뀐 운명에 복수하는 동생 ‘윤사월’ 역을 맡았다. 코믹하고 엉뚱하던 이미지에서 독한 캐릭터로 변신한 것.

“사월 역은 감정 폭도 넓고 재밌어요. 전에는 어떻게 웃음을 줄까를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독하게 살았던, 그래서 아팠던 순간을 떠올리며 연기해요.”

가수에 버금가는 노래 실력이라고 들었다고 하자 가장 좋아한다는 노르웨이 남성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케이맨 제도’를 담담히 불렀다.

“운하 따라 가다 보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항상 같은 곳처럼 보이는데 우리만 달라…그들이 이 광경을 볼 수만 있었다면…왜 내가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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