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 아부지, 느∼린 개그로 떴어요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처음 보면 재미없다. 두 번 보면 왜 재밌을까 궁금해진다. 세 번 보면 ‘희한하게’ 재밌다. 자꾸 보면 열광한다. “우우우웅이 아부지∼” “이리 오시오, 냉큼 오시옷.” 일명 ‘4차원 개그’를 내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목 오후 11시 10분)의 ‘웅이 아버지’ 코너. 변사가 상황을 주문하면 웅이 어머니는 아무 이유 없이 “웅이 아부지”를 부른다. 변사의 주문 또한 하나같이 생뚱맞다. “죽거나, 개가 되거나, 약 먹고 두 번 죽거나” 하는 식이다. 담당 PD조차 처음 시놉시스를 받고 난감해했다. 이들의 개그 코드를 머리로 해석하려 들면 당신은 구식이다. 반복되는 상황, 의외의 반전에 마음을 열면 굳이 말초감각이 반응하지 않아도 웃음은 절로 나온다.》

■ 웃찾사 4차원 개그 ‘웅이 아버지’

공개 개그프로그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이들의 ‘4차원 개그’는 식상한 몸 개그, 입담 개그의 틈새를 비집고 빛을 보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장에서 연습에 한창인 변사 겸 웅이 이용진(24), 웅이 아버지 이진호(23), 웅이 어머니 오인택(26), 왕눈 아버지 양세찬(23)을 만났다.

▽이용진=요즘 개그요? 팍팍 돌아가죠. 속사포처럼 쏘아대요. 시청자들이 유머를 받아들이는 속도도 무지 빨라졌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 개그는 느린 개그예요. 우직하게 반복하죠. 하지만 거기에 의외의 반전을 주면 더 큰 재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오인택=맞아요. 처음엔 안티도 많았어요. 특히 전국 웅이들의 반대가 심했죠.(웃음) ‘이 코너 중단하라’고 게시판에 도배를 했던 김웅이라는 분이 정확히 6주 후에 재미있다고 쪽지를 보내 주더군요.

이 코너는 경기 화성시가 고향인 이진호의 친구, 재웅이네 집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투 모두가 친구네 집 식구를 관찰한 결과다. 코너명도 친구 이름에서 따왔다. 개그 코드는 4차원이지만, 개그의 배경은 모두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셈이다. 웅이 어머니와 웅이 어머니의 ‘세컨드’인 왕눈이 아버지가 불륜에 빠지는 장면은 드라마 ‘사랑과 전쟁’ 재방송까지 챙겨 보며 힌트를 얻었다고.

▽이진호=어릴 적 고향인 화성에는 옆집, 건넛집, 그 건너 건넛집이 죄다 부부 싸움을 했어요. 싸움이나 불구경하는 것보다 부부 싸움 보는 게 더 재밌잖아요. “너 이럴 거면 친정 가 있어”라는 멘트나 “빨리 도장 찍어”라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이혼서류인 상황은 그런 걸 유심히 지켜본 덕이죠.

▽양세찬=다들 딴 세계에 살고 있는 캐릭터 같죠? 만화책 보다가 주인공이 죽었다고 장례식을 치르는 웅이 아버지는 얼마나 엉뚱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속은 일편단심인데 무뚝뚝한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이 하나씩 있어요.

이 코너에서 가장 ‘4차원스러운’ 부분은 웅이 아버지와 왕눈이 아버지가 변사의 지시로 죽었다가 환생하는 장면이다. 변사가 “그래서 웅이 아버지는 죽었습니다. 그들은 ○○으로 환생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웅이 아버지가 개, 소, 바퀴벌레 등으로 환생하는 것. 앞으로 이들은 부레옥잠, 비커, 샬레, 스포이트, 할머니 밤색 카디건 등으로 변할 궁리 중이다. ‘4차원 개그’로 새 장르를 개척한 이들의 다음 행방을 물었다.

▽이진호=저희는 관객이 아예 안 웃었으면 좋겠어요. 어설프게 몇 명 웃는 것보다 낫잖아요. 건방지다고요? 이제껏 짜인 개그의 틀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이용진=제 꿈은 죽음을 앞둔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하는 거예요. 절대 안 웃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그런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문화부 염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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