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가거도가 ‘시네마 천국’ 됐네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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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 외딴섬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사무소 가거도출장소에 14일 정기 상영관이 문을 열었다. 프리머스시네마 측이 마련한 개관식 이벤트에서 주민과 아이들이 ‘레드카펫’을 걸어가고 있다. 신안=연합뉴스
서남해 외딴섬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사무소 가거도출장소에 14일 정기 상영관이 문을 열었다. 프리머스시네마 측이 마련한 개관식 이벤트에서 주민과 아이들이 ‘레드카펫’을 걸어가고 있다. 신안=연합뉴스
14일 오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290가구 530명이 살고 있는 이 섬은 이날 하루 종일 축제 분위기였다.

전남 목포항에서 뱃길로 4시간 반 거리(136km) 떨어진 이 섬에 영화관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가거도는 면적 9.18km²로 울릉도의 8분의 1 크기인 작은 섬이다.

이 섬의 주민들은 이날 영화관이 들어선 흑산면사무소 가거도출장소 마당으로 몰려 입구에 깔린 ‘레드카펫’을 밟았다.

주민 노애란(35·여) 씨는 “낚시꾼이나 오가는 섬에 번듯한 영화관이 들어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붉은 카펫을 걸으니 영화배우가 된 기분이었다”며 즐거워했다.

‘가거도 나눔의 관’이란 이름이 붙여진 영화관은 멀티플렉스 체인인 프리머스시네마가 사회공헌 사업의 하나로 마련했다.

회의실로 쓰던 가거도출장소 건물 2층(150m²)을 개조해 140인치 스크린과 디지털 영상장비, 스피커를 비롯한 영사 시설과 좌석 60여 개를 설치했다.

이 영화관에서는 매달 두 차례 최신 영화가 상영된다.

주민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면 서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영화를 송출하고, 현지에서는 컴퓨터로 영상을 받아 상영한다. 섬 지역이어서 필름을 매번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관 이벤트가 끝난 뒤 주민들은 오후 8시 이 영화관의 첫 상영작으로 선정된 차승원, 유해진 주연의 ‘이장과 군수’(감독 장규선)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모였다. 프리머스시네마 측은 주민들에게 팝콘과 음료를 제공했다.

임진욱(43) 이장은 “생필품을 사거나 육지에 볼일을 보려면 하루 한 번 오가는 쾌속선을 타야 할 만큼 문화적 혜택과는 거리가 먼 곳에 ‘공짜 영화관’이 생겨 주민들 모두가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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