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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29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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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여인’ 전도연이 반짝이는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문화관광부 장관실에서 김종민 장관으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받은 것.
그간 문화관광부는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훈장을 수여해왔다. ‘밀양’으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전도연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영광의 기쁨을 누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에 빛나는 ‘올드보이’의 주인공 최민식이다. 그 또한 2004년 ‘칸에서의 위업’으로 전도연과 같은 옥관문화훈장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최민식은 작년 초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항의하며 “문화 주권을 짓밟는 나라의 훈장은 가치가 없다”고 이를 반납했다.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칭송 받던 그는 “스크린쿼터 문제는 영화인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라고 호소했지만 대중은 싸늘하게 외면했고, 설상가상으로 ‘서민들의 밥그릇을 갉아 먹는다’는 이유로 비난 여론이 고조된 사채 광고에 연거푸 출연하며 급격히 이미지가 추락했다.

▲ 연극 ‘필로우맨’에 출연중인 최민식.
이후 한동안 배우로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최민식은 초심을 다지듯 7년 만에 돌아간 연극 ‘필로우맨’ 무대에서 변함없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다시 불태웠다.
한편 이날 문화관광부 주변은 한미 FTA 반대 집회가 열려 대혼잡을 이루었다.
지난해 이 맘 때쯤 영화인들은 현 정권 비판과 노무현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열혈’ 시위대 사이에 섞여 거리로 뛰쳐나왔다. 당시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톱스타들이 어렵게 한자리에 모였고 그 가운데에는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구호를 외치던 전도연과 송강호도 눈에 띄었다.
훈장 수훈식 전 ‘밀양’팀과 청와대에 들러 노무현 대통령과 오찬을 가진 전도연은 “많이 보던 분이 계셔 깜짝 놀랐다. 너무 편하게 해주셨고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아이처럼 좋아했고 송강호 역시 “한국영화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들었다. 좋은 자리였다”고 예의를 갖췄다.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자랑스러운 ‘칸의 얼굴’ 전도연과 최민식. 그러나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린 두 사람의 행보에서 세월의 아이러니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 첫날인 2006년 7월1일 열린 스크린쿼터 사수 결의 대회에 참석한 전도연과 송강호.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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