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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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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 속 볼거리는 황진이의 화려한 의상이다. 그러나 감독은 그녀의 속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몸종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생의 삶을 선택한 그녀는 동료 기생들의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외모와 교양 덕분에 신임 사또 희열(류승룡)에게서 신임을 받는다. 그녀를 보고 침을 꼴깍 삼키는 양반들 앞에서 황진이는 “이렇게라도 살아야 한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마냥 웃기엔 그녀의 모습이 처절하다.
황진이를 인간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장윤현 감독의 미장센은 바로 놈이(유지태)라는 인물에 압축돼 있다. 화적떼 두목으로 양반사회의 부조리함을 뒤집고 싶었던 그는 황진이의 휴식처나 다름없다. 황진이는 그의 앞에 나타날 때마다 화려한 장신구와 의상을 모두 벗고 청순한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놈이는 인간적인 황진이를 구현하려는 히든카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의 사랑은 지루하다. 감옥 신은 ‘스캔들’에서 조원(배용준)-숙부인 정 씨(전도연) 커플이 보여 준 애절함을 뛰어넘었어야 했다. 14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느린 전개는 영화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좀 더 압축했더라면 빠른 전개에 경쾌함이 살아났을 텐데. 설마 ‘늘어짐’도 인간적인 면모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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