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콘서트 2시간 반 동안 소녀 팬들 감성 자극

  • 입력 2006년 2월 12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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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서 서울까지 그들에게 대쉬한다.' '너를 믿어 천(믹키유천)아.'

펄 레드 빛 풍선에 형형색색 플래카드까지 드느라 손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인 '초딩', 'XIAH(시아준수)' 마크가 새겨진 머리띠를 한 교복차림 '중딩', "우린 나이가 들어서 소리만 지를래요"라며 점잖은 척 하는 '고딩' 소녀들까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남성 5인조 그룹 '동방신기'의 첫 번째 콘서트 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10대 여학생 1만 명의 '대동단결장' 같았다.

1월12일 콘서트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동시 25만 명 접속(인터넷 티켓 판매사이트 인터파크 집계)으로 서버가 다운되고, "동방 오빠들 티켓을 따내야 한다"며 팬들이 집단적으로 다른 가수들의 티켓 판매 사이트에 몰려가 티케팅을 연습해 항의 소동을 빚었던 공연 전 소란과 달리 공연장은 평온했다. 대전에서 팬클럽 회원들과 관광버스를 빌려 타고 왔다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은 "이번에 10대 팬클럽 문화가 얼마나 건전한지 보여주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방신기'는 소녀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멤버들의 마술쇼나 질투심을 유발하는 미녀 백 댄서와의 섹시 댄스 등 2시간 반 동안 소녀 팬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팬들이 꺽꺽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동안 공연장 한 쪽에서는 힘들어 주저앉은 팬들을 돌보는 안내요원과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소속사 측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최대 보상액 40억 원짜리 공연 보험에 들었을 정도.

이날 공연장에 10대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방신기'의 손 끝, 발 끝 하나마다 "꺅꺅" 소리를 지르는 딸 이지희(16) 양을 보며 쓰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엄마 손정림(46·경기 고양시 화정동) 씨처럼 공연장을 함께 찾은 모녀도 있었다. 공연 후 이 모녀의 평은 어땠을까?

"와, 오빠들 너무 고생하셨어요. (유노)윤호 오빠가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말하는데 어쩜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영웅)재중 오빠가 '너희들 것이니까'를 부르며 자전거 타고 공중을 날아다닌 건 '왕 감동'이었어요. 통장 돈 탈탈 털어서 티켓 산 거 전혀 안 아까워요."(딸)

"난 애들이 공중에서 자전거 타거나 무대 위를 날거나 할 때 떨어질까 봐 불안하던데…. 근데 정말 얘들 노래가 좋은 지는 잘 모르겠더라. 나훈아는 한 명인데도 재미있던데…."(엄마)

"'동방' 오빠들도 우리들도 어른들 생각처럼 그렇게 무질서하고 개념 없지 않아요. 입장해서 퇴장할 때까지 질서 지켰고 쓰레기 다 주웠어요. 내일도 공연 또 보고 싶은데…."(딸)

그러자 어머니 손 씨가 이 양의 등을 치며 역정을 냈다.

"얘, 어딜 또 와? 고막 찢어져. 안 돼!"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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