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노성일 왜곡방송 증거 대라”

  • 입력 2005년 11월 23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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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튼 교수와의 결별로 촉발된 황우석 교수팀의 윤리 논란이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MBC 'PD수첩'이 22일 오후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에서 연구원 난자 사용과 관련한 황우석 교수의 인터뷰 장면 (서울=연합뉴스)
섀튼 교수와의 결별로 촉발된 황우석 교수팀의 윤리 논란이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MBC 'PD수첩'이 22일 오후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에서 연구원 난자 사용과 관련한 황우석 교수의 인터뷰 장면 (서울=연합뉴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MBC PD수첩이 22일 방영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의 방송내용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23일 “섀튼 교수에게 어떤 정보를 준 적이 없으며, 자의적인 짜깁기(편집)왜곡 방송을 하지 않았다”며 앞선 노 이사장의 "진실왜곡"주장을 반박했다.

PD수첩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PD수첩 매도했다”며 “이 때문에 제작진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은 다른 언론에게도 “노성일 이사장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려는 언론을 탄압하려는 행위”라며 “이는 향후 사회의 주류 여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언론인들에게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이 자신의 발언을 고의로 짜깁기해 진실을 왜곡했으며, 섀튼 미국 피츠버그 의대 교수와의 결별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PD수첩의 주요 주장.

◇“PD수첩 취재로 섀튼 교수가 결별 선언했다”=섀튼 교수가 난모 세포 기증과 관련한 정보를 얻은 것은 11월 11일이고, 제작진이 섀튼 교수와 인터뷰 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인 10월 11일이다. 10월19일부터 23일까지 섀튼 교수 연구실의 한국 연구원을 취재하러 미국에 간 일도 있지만 그 당시 섀튼 교수는 한국에 와 있었다.

◇“특허료 40%를 노 이사장이 독식하는 것처럼 보도됐다”=공식적으로 공표된 노성일40%, 서울대 산학협력재단 60% 부분을 방송하게 된 것이다. 노 이사장은 3개 팀에서 13%씩 나눠가지기로 했다고 하지만 이는 이면계약으로 확인이 어렵다. 반면 황우석 교수는 노 이사장이 50%의 지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PD수첩이 양자의 틀린 진술을 함께 방영했다면 줄기세포연구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짜깁기 방송이다”=방송을 보면 노성일 이사장 인터뷰를 잘라 편집해 의미를 왜곡한 것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것이다.

◇“난자채취 부작용 임신부를 미즈메디병원 환자인 것처럼 보도했다”=부작용 환자가 나온 병원이 미즈메디병원이라고 밝힌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그 장면 앞뒤로 미즈메디병원이나 노성일 이사장이 전혀 등장하지 않다. 시청자들이 그 환자가 미즈메디병원에서 난자를 채취한 결과 부작용이 생겼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취재팀이 다른 연구자를 취재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이간질했다”=그런 적 없다. 노 이사장은 증거를 대라.

◇“연구원 난자의 증거자료는 미즈메디병원에 없는 것이다”=방송한 증거자료는 분명히 미즈메디병원의 것이다. 노 이사장도 알 것이다.

◇PD가 협박했다=누가 협박했다는 것인지 증거를 구체적으로 밝혀라.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난자 의혹’ PD수첩 후폭풍 거세 ▽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난자 채취 의혹을 보도한 22일자 MBC PD수첩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에 대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 이후 프로그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가 빗발쳤고, 일부 누리꾼들은 제작진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23일 “PD수첩 보도는 짜깁기에 의한 진실 왜곡”이라며 법적 대응방침을 밝혔고, 제작진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역시 법적으로 맞대응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성일-PD수첩 ‘협박·짜집기’ 공방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23일 “PD수첩측이 자신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만 임의로 짜깁기(편집)해 진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이) 다른 병원에서 불임치료를 위해 난자를 채취한 후 부작용을 겪고 있는 임신부를 마치 우리 병원에서 한 것처럼 편집 보도했다. 특허료의 경우도 40%를 3개 팀에서 13%씩 나누기로 했는데, 마치 내가 모두 가지는 것처럼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PD수첩의 한 PD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며 “우리 병원의 연구원 1명은 PD수첩 취재팀에 시달린 나머지 열흘 동안 입원했다가 퇴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팀이 국내의 다른 줄기세포 연구자를 취재차 안에 태우고 다니면서 국내 줄기세포 연구자들 간에 이간질을 했다”며 “특히 (황 교수팀)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했다고 보여준 증거자료는 (미즈메디) 병원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PD수첩이 처음부터 왜곡된 의도를 가지고 취재를 했으며 섀튼 교수와의 결별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며 “PD수첩에서 난자채취노트의 입수경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게 누구의 노트인지 다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승호 책임프로듀서는 “짜깁기 보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특허료 문제, PD의 협박, PD수첩 취재가 황우석 교수와 섀튼의 결별에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병원 기록 등 모든 증거를 우리가 확보해 놓은 상태”라며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 “PD는 밤길 조심하라”

방송 이후 PD수첩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7000여건의 항의 글이 쇄도했다. 또 대형 포털사이트마다 ‘황우석 박사를 향한 비난을 반대한다’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시청자게시판에서 김영화 씨는 “시청률만 생각하는 저질방송의 전형”이라며 “제작진은 해외에서 온통 나라망신을 시켰고, 섀튼 박사와의 결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그야말로 국내외에서 벌집을 쑤셔대는 한심한 방송”이라고 비난했다.

한덕형 씨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울분을 금치 못한다”며 “PD수첩의 제작진 및 MBC 전 간부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조작방송에 대해 사죄하라”고 말했다.

이순희 씨는 “특종이랍시고 민감한 시기에 섣불리 보도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며 “나라가 망해도 그걸 밝히는 게 중요한 건가”라고 반문했다.

누리꾼들은 또한 제작진들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얼굴 사진을 복사해 포털사이트에 옮기고 “PD는 밤길을 조심해라”, “당신들은 모두 쓰레기들” 등의 인신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에는 ‘PD수첩 폐지 서명 카페’가 생겼고, ‘MBC광고상품불매운동대책위 홈페이지’도 개설됐다.

천주교계 “황 교수 국가 지원 중단돼야”

반면 PD수첩 제작진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전형주 씨는 “당연히 방송 돼야 할 것이었다”며 “황 교수의 업적은 대단하지만 난자매매는 윤리적인 면에서 비인간적이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윤리와 법을 무시하고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 중시여기는 풍조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천주교계도 23일 “윤리문제가 있는 만큼 정부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지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 이동익 신부(천주교 생명연구회 총무)는 이날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과학자들의 연구가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당연히 국가의 지원은 중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PD 수첩’의 시청률은 평소보다 오히려 낮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시청률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PD수첩’의 전국 평균 시청률은 4.8%로, 올해 평균 시청률 7.3%보다 2.5%포인트 가량 낮았다. TNS미디어코리아의 집계에서도 4.2%의 시청률을 기록해, 같은 시간대 KBS2TV ‘상상플러스’ 17.3%, SBS ‘긴급출동 SOS24’ 14.0%에 비해 크게 낮았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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