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러브 토크’ 주연 배종옥이 말하는 ‘L♥VE’

입력 2005-11-03 03:06수정 2009-10-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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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녀의 섬세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러브 토크’에서 과감하고 차가운 연기를 선보인 배종옥. 김미옥 기자
배종옥(41)의 상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11일 개봉되는 영화 ‘러브 토크’(감독 이윤기). 서로 다른 상처를 마음속에 안은 채 황량한 도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아가는 세 남녀의 쓸쓸하고 섬세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배종옥은 마사지 숍을 운영하는 써니 역을 맡았다. 써니는 연하의 애인인 앤디와 무미건조한 섹스를 나누며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여인. ‘러브 토크’에서 과감하면서도 차가운 연기를 보여 준 배종옥과 1일 만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제로도 남자에게 마음을 잘 안 여나요.

“저는 쉽게 다가가지도, 쉽게 다가오게 하지도 않아요. 저는 써니의 집 위층에 세 들어 사는 지석(박희순) 같은 남자가 좋아요. 너무 귀찮게도 안 하고, 너무 무관심하지도 않은 그런 남자요. 저는 잘해주는 남자가 좋아요. 하지만 절 내버려 둬야 해요. 무슨 짓을 하든.”

―페미니스트인가요. 이 영화에서도 억압적인 남편으로부터 도피하잖아요.

“저는 길거리로 나가서 ‘우리는 독립해야 한다’고 외치는 행동가는 아니에요. 하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당해야 하는 수긍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는 반감이 많고, 또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말을 너무 또박또박 하는 거 아닌가요. 속사포처럼 쏴댈 때는 뇌를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에요.

“(웃음) 숨 막히죠? 그래서 가끔 의도적으로 발음을 뭉개려고 할 때도 있어요. 희미하고 아릿한 감정 표현 같은 데서요. 발음에 저는 관심이 많아요. 현실의 리얼리티와 무대의 리얼리티는 다르잖아요? 현실에선 못 알아듣고 넘어가도 그만이지만, 배우의 한마디는 흘리는 말까지도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목소리는 매력적이에요.

“때론 내 목소리가 스스로 듣기 싫을 때가 있어요. 나도 모르게 화나거나 흥분했는데 순간적으로 자기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있잖아요. 정말 싫어요.”

―영화에서 손님에게 ‘특별한’ 마사지 서비스를 태연하게 해주는 대목도 그랬고, 전작 ‘질투는 나의 힘’에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후딱 벗는 장면도 그랬고, 왠지 배종옥 씨가 벗거나 야한 행위를 하면 움찔 놀라게 돼요.

“예전엔 옷을 벗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 가면서까지 영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죠. 이젠 나 스스로를 규정지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요. 이제는 벗어봐야 보여 줄 것도 없지만…, 제가 변했어요.”

―그래도 발랄한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브래지어와 몸매는 훌륭했어요.

“뽕 넣은 거예요.”

―영화에서처럼 ‘사랑 없는 섹스’, 그리고 ‘섹스 없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랑하지 않는데 섹스 하고 싶을까요? 또 사랑한다면 섹스 하고 싶지 않을까요?”

―사랑과 결혼은?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좋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지향하는 삶처럼, 그와 함께 있고 싶을 땐 함께 있고 떨어져 있고 싶을 땐 서로 떨어져 지내는, 그런 자유로운 친구 말이에요.”

―써니처럼 사랑의 상처가 마음속에 있나요.

“예전엔 이 정도 나이 들면 상처가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상처를 외면하고 싶었나 봐요. 하지만 요즘엔 내 마음을 돌아보니 사랑의 상처가 남아 있더라고요. 지금 그 상처와 마주 보고 있어요.”

―배종옥 씨는 뭐랄까, 남자들에게 상반된 감정을 심어 줘요. 우선 접근할 엄두조차 못 낼 정도로 차갑고 어려운 느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똑 부러진 여성을 정복하고 싶은 가부장적인 도전욕도 부채질해요.

“도전했다가 상처 받아요. 물론 도전은 아름다운 거지만요….”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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