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방송개혁엔 입다문 여당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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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한 바 없다.”

지난달 21일 감사원이 KBS 운영실태 특감 결과를 내놓은 지 2주가 지났지만 열린우리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민 단체들이 항의 성명을 내고 KBS의 방만 경영에 대한 쇄신을 촉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감 발표 직후인 지난달 24일 열린우리당 언론개혁단 회의나 하루 뒤 열린 제5정책조정위원회 워크숍에서도 신문개혁 문제만 논의됐지 이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정책 워크숍에서 조배숙(趙培淑) 제5정책조정위원장이 “KBS도 정부투자기관처럼 예산결산 심사를 받고 지역방송국들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날 워크숍에서 논의된 내용이 아니었다. 실무자들이 감사원 감사 결과 중 일부를 보고서에 끼워 넣은 것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감사원의 공적자금 특감 결과에 대해서는 지난달 27일 긴급 당정 회의를 소집했다.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은 국정조사 추진 의사까지 밝혔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KBS가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 아니냐”(한 비례대표 의원)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친여(親與) 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KBS 보도가 입맛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예산 1조원의 국가 기간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 특감은 지난해 7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이례적으로 KBS 2002년 결산승인안을 부결시킨 뒤 후속 조치로 이뤄진 것이다. 국회의 청구에 따라 이뤄진 감사 결과에 대해서마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보기에 딱하다.

열린우리당 김재홍(金在洪) 유기홍(柳基洪)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당내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는 2일 “일각에서 방송개혁으로 언론개혁을 물 타기하고 있다. 신문개혁이 우선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언론개혁을 위해 특별기구까지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을 외치면서도 방송의 문제에는 고개를 돌리는 이들에게 방송은 언론이 아닌지 묻고 싶다.

이승헌 정치부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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