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감사원 특감 내용 사실인가

  • 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46분


사실상 세금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예산과 조직 인력운용을 방만하게 해온 것이 감사원 특감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긴급히 사용돼야 할 예비비 100억여원을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등 흥청댔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면서도 수신료보다 광고수입에 의존해 시청률을 의식한 선정적 프로그램을 내보낸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KBS가 방만하게 경영되는 이유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새 이사진 선임 때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참여정부답게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 3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치적 나눠먹기 의혹이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치적 고려’에 따르다 보니 회계경영 분야는 물론 방송 전문성에서도 미흡한 이사진이 구성됐다. 그렇다면 감사원 특감 결과는 필연적인 셈이다.

감사원은 KBS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 및 감사 임명방식을 바꾸고 외부감독을 강화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KBS는 단순한 정부투자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국가 기간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KBS 구성원끼리 이처럼 흥청댔다면 감성적이고 선동적이기까지 한 텔레비전매체의 속성을 이용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권을 옹호하고 국민을 한쪽 방향으로 동원한 덕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KBS는 특정정권의 소유물이 아닌 국민의 방송이라는 점을 경영간부진 이하 모든 종사자들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바탕 위에서 국민의 재산인 전파와 시청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하도록 엄중한 구조조정과 획기적 경영개혁을 해야 한다. 이번 특감을 계기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KBS는 시청료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