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보이지 않는 것들 ‘영상포착’…다큐 ’마이크로의 세계’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12분


EBS는 기획특집 다큐멘터리 ‘마이크로의 세계’에서 침대 위의 진드기(아래)와 총구를 떠난 탄두(위) 등 너무 작아서 혹은 너무 빨라서 육안으로 보지 못하는 장면들을 화면에 담아냈다. 사진제공 EBS
EBS는 기획특집 다큐멘터리 ‘마이크로의 세계’에서 침대 위의 진드기(아래)와 총구를 떠난 탄두(위) 등 너무 작아서 혹은 너무 빨라서 육안으로 보지 못하는 장면들을 화면에 담아냈다. 사진제공 EBS
EBS가 26, 27일 기획특집 다큐멘터리 ‘마이크로의 세계’(밤 11:00)를 방송한다.

‘마이크로의 세계’는 너무 작거나 너무 빨라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를 첨단촬영 기법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해외에서는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제작 방영됐으나 국내에서 제작한 것은 처음이다.

26일 방영되는 1부 ‘또 하나의 세상’은 “한 알의 모래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고 한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詩句)와 함께 시작된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는 지름 0.1 mm 정도. ‘마이크로의 세계’는 그보다 더 작은 ‘지극히 작은 것들의 세상’을 보여준다. 머리카락의 모근(毛根)에 존재하는 모낭충, 피부나 침대에 사는 진드기, 부엌 행주 속의 살모넬라 병원균, 서울 양재천의 플랑크톤 등 주변의 수많은 미생물들을 화면에 담아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20여 차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도움을 받아 최대 배율 50만 배의 전자현미경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전자현미경은 동영상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방식처럼 한 컷 한 컷을 스틸 촬영해 이어 붙여 동영상을 만들어 냈다.

제작진은 8시간 작업해 3초 분량의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등 힘든 일을 해야 했다. 동영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1초에 30장의 사진이 필요하다.

전자현미경은 피사체를 진공 상태에 놓고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박테리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다. 양재천에서 떠온 물로 박테리아를 배양한 뒤 전자현미경에 넣으면 곧 죽어버리기 일쑤여서 촬영작업 자체도 초를 다투었다.

27일 2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순간의 세계’를 보여준다. 총에서 발사된 총알, 야구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의 모습, 물 풍선이 터졌을 때 물의 모양, 160km의 속도로 재채기하는 사람의 모습, 권투 경기장에서 주먹으로 상대방의 몸을 가격하는 순간 등 ‘찰나’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포착했다. 특히 총알이 총구에서 발사돼 병이나 과일을 관통하는 모습은 압권이다.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1초에 2만4000장을 촬영한 후 500배 느린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초당 60∼12만장 촬영이 가능한 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고속촬영기나 전자현미경은 KIST 등에서 협조받았으며 촬영기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 1년반의 제작기간에 제작비는 2억원이 들어갔다.

한상호 PD는 “허블망원경으로 본 우주가 주변에서 보는 먼지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주변에는 작은 우주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