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최영인 PD “사람냄새 담겨야 오락프로도 성공”

  • 입력 2004년 4월 1일 17시 54분


김선우기자
김선우기자
SBS 오락 프로그램 ‘야심만만-만명에게 물었습니다’의 최영인(37·사진) PD는 ‘인기 프로그램 제조기’로 불린다.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를 고르는 ‘진실게임’(1999년), 요리를 새로운 포맷으로 조명한 프로그램인 ‘최고의 밥상’(1998)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근에는 ‘야심만만’(월 밤 11:05)으로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에서 주관하는 한국방송프로듀서상 TV 예능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정치적 고려 없이, PD들이 심사하고 주는 상이라 솔직히 너무 좋았어요. 우리 업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얘기니까요.”

최 PD를 만나기 위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자 영국 록그룹 퀸(Queen)의 ‘돈트 스톱 미 나우’(Don‘t Stop Me Now)가 흘러나왔다. ‘야심만만’의 테마곡이다.

“지난해 프로그램 출범 직전, 컬러링을 그 곡으로 바꾸려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졌더니 영화 ‘일단 뛰어’(2002)의 주제곡으로 소개돼 있더군요. 요즘엔 ‘야심만만’ 테마곡으로 나와 있더라구요. 뿌듯했습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야심만만’은 매회 18%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상파 TV 프로그램 중 10위권의 성적이다. 박수홍, 강호동, 김제동, 이유진의 재치있는 진행과 게스트들의 인간미 넘치는 솔직한 얘기가 시청자들을 끌고 있다는 평이다.

그는 “오락프로는 구성이 단순하면서도, 사람냄새의 여운을 남겨야 시청률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설문조사. 예를 들어 ‘이런 스타일의 여자(남자), 내 여자(남자)로 만들고 싶다’는 주제를 정하면 1차 주관식 설문, 2차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편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답변을 이끌어낸다.

1990년 EBS PD로 입사해 방송활동을 시작한 최 PD는 어린이와 요리를 결합한 색다른 프로그램 ‘꼬마요리사’(1994)를 선보이면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96년 SBS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주로 오락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그의 기준은 ‘내가 좋아하는 소재냐 아니냐’는 것. 그래야만 재미가 있든 없든, 연출자만의 명확한 판단기준이 서기 때문이란다. 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큰 틀만 정한 뒤 서서히 생각을 구체화한다. ‘진실게임’은 진짜와 가짜를 가려보자는 화두만 갖고 고민을 시작했고, ‘야심만만’은 설문조사와 토크쇼를 혼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린이들은 선입견 없이 프로그램을 100% 받아들이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오래 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단 시작하면 100회를 넘기고 싶어요. 나중에라도 ‘저 프로그램 내가 처음 만들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요.”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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