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브레인 서바이버'…‘웃음 퀴즈’ 주말이 즐겁다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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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와 토크, 개그가 접목된 MBC 오락 프로그램 ‘브레인 서바이버’와 ‘노 브레인 서바이버’(아랫쪽). 단순한 답변을 요구하는 퀴즈과 출연진의 엉뚱한 발상이 치열한 경쟁 사회를 풍자한다. 전승훈기자
퀴즈와 토크, 개그가 접목된 MBC 오락 프로그램 ‘브레인 서바이버’와 ‘노 브레인 서바이버’(아랫쪽). 단순한 답변을 요구하는 퀴즈과 출연진의 엉뚱한 발상이 치열한 경쟁 사회를 풍자한다. 전승훈기자
“자, 다음 그림 중에서 ‘떡 먹은 용만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타잔은 몇 초 동안 ‘아∼’ 소리를 질러댔을까요?”

칠판과 태극기, 급훈이 적혀 있는 액자. 옛 교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형화면 속에서 개그맨 김용만이 나와 기발한 퀴즈 문제를 낸다. 자신의 출신 고등학교 명찰을 단 16명의 연예인들 얼굴에는 맞히면 재밌고, 틀려도 즐겁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MBC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 오후 6시)의 인기코너인 ‘브레인 서바이버’가 방영될 때면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TV 앞에서 ‘순발력 테스트’ 퀴즈에 정신이 팔린다.

순간 시청률 45%에 육박하는 ‘브레인 서바이버’의 폭발적 인기 때문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지난 연말 이후 KBS2 ‘개그콘서트’를 제치고 지상파 방송사 오락프로그램 중 1위에 올랐다. 이 코너를 패러디한 MBC ‘코미디 하우스’(토 오후 7시)의 ‘노 브레인 서바이버’도 개그맨 정준하 문천식을 스타로 떠올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식 파괴, 세대초월 퀴즈

“브레인 서바이버의 모토는 ‘세살부터 여든까지’ 모두 풀 수 있는 퀴즈로 부담없는 웃음을 주자는 거였어요. 눈썰미만 있으면 초등학생도 잘 풀지만 대학교수도 너무 쉬운 문제를 틀려 망신을 당하기 일쑤죠. 평소 가려져 있던 양택조 서수남 같은 선배 연예인들의 구수한 매력이 빛을 발하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한마디로 세대 초월, 학력 초월 퀴즈쇼인 셈이죠.” (‘브레인 서바이버’ 진행자 김용만)

16명의 출연자 중에는 10대 후반의 갓 데뷔한 연예인 운동선수 아나운서도 있지만 양택조 서수남 엄앵란 현미 등 50대 이상 ‘왕년의 스타’들도 있다.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서울법대 졸업생으로 나왔던 정준호는 12문제를 연속해 틀리는 진기록을 세우며 꼴찌를 차지했고, 조류학자인 경희대 윤무부 교수도 역대 최저점수 기록을 여러 번 깼다. 시청자들은 대학교수나 아나운서 같은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이 망신당하고, ‘날라리’라고 생각했던 10대 연예인들이 오히려 잘 맞히는 것을 보고 매우 즐거워한다.

손병우 충남대 신방과 교수는 “‘브레인 서바이버’의 히트 이유는 청소년과 중장년층의 패널들에게서 모든 세대가 반응할 수 있는 애드리브를 이끌어내는 진행자 김용만의 공로가 크다”며 “특히 장년층 출연자들의 어눌함에 해학적 가치를 부여해 주는 김용만의 능력이 압권”이라고 말했다.

○21세기형 바보들의 경연장

‘브레인 서바이버’를 패러디한 ‘노 브레인 서바이버’는 머리를 쓸 필요도 없이 쉬운 문제도 못 맞히는 ‘바보 캐릭터’들의 개인기를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퀴즈를 맞히지 못했다는 데 기죽지 않고 자기만의 논리를 내세운다. 개그맨 정준하는 “바둑알 중 흰알 검은알이 몇 개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매사를 흑백논리로 나누는 게 싫어서 안 맞혔다”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노 브레인 서바이버’의 진행자 표영호는 “이들은 문제를 못 맞히는 게 아니라 안 맞히는 것”이라며 “현실이 각박해지다보니 퀴즈 프로그램에서 악착같이 이기는 것보다 안 맞히는 소신을 당당히 내세우는 ‘바보’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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