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송해 “노래로 하나된 남과 북… 아직도 가슴 뛰어요”

  • 입력 2003년 8월 12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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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KBS 1TV ‘특별기획 평양노래자랑’의 녹화를 마치고 귀국한 원로 코미디언 송해씨(76·사진)는 따가운 평양의 햇살에 얼굴이 온통 시커멓게 탔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반세기 만에 이뤄낸 ‘남북 노래자랑’의 감동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 무척 흥분된 모습이었다.

“50여년 만에 노래로 남북이 하나가 된 역사적 현장을 보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벅찼습니다. 북한 주민이 부른 노래는 ‘반갑습니다’ 등 몇 곡밖에 몰랐지만 민족의 가슴에 젖은 멜로디와 리듬을 함께 느낄 수 있었어요.”

송씨와 북측 방송원(방송인) 전성희씨가 공동 진행한 ‘평양노래자랑’은 11일 오후 3시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어린 여학생부터 77세 노인까지 북한 주민 20여명이 참가해 ‘반갑습니다’ ‘아리랑’ ‘반달’ 등의 곡으로 평소 갈고 닦은 노래솜씨를 뽐냈다. 남측에서는 가수 송대관과 주현미가 뜨거운 박수 속에 ‘해뜰 날’ ‘우리는 하나’ 등을 불렀다.

이날 모란공원을 가득 메운 1000명의 평양시민들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송씨가 20년간 진행해온 남쪽의 ‘전국노래자랑’과 똑같았다.

“참가한 북한 주민들은 모두 각 직장단위 대회에서 입상한 뒤 다시 전국대회를 통해 출전한 팀들이었어요. 모두들 노래를 완벽하게 해 도저히 ‘땡’이나 ‘딩동댕’을 상상할 수 없었어요.북한의 체제는 평소에 노래와 구호로 결속을 다지기 때문인지 ‘노래방’에서 실력을 키운 남측 사람들에 비해 결코 노래실력이 뒤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황해도 재령 출신인 송씨는 1·4후퇴 때 부모형제를 두고 혼자 월남한 실향민. 혹시나 고향방문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품었던 송씨는 그러나 이번 방북에서 가족을 만나진 못했다. 그는 “애당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북한 땅을 밟은 것만으로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15일 오후 7시반 KBS 1TV를 통해 방송되며 아울러 북한의 조선중앙TV도 같은 날 방송할 예정이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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