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1 이것이 인생이다 ‘비운의 황손’ 이석씨 삶 조명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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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조선시대 ‘마지막 황손’ 가수 이석.  사진제공 KBS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조선시대 ‘마지막 황손’ 가수 이석. 사진제공 KBS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으로 시작하는 가요 ‘비둘기집’.

요즘 힙합이나 랩 세대들에겐 낯설기만 한 흘러간 옛 노래지만 한때는 결혼식 축가로 애청됐던 곡. 이 노래로 대중들에게 꽤 알려졌던 가수 이석(62·본명 이해석·아명 이영길)은 고종황제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아들이다.

황실의 ‘고귀한’ 피를 타고 태어나 한때는 황손으로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그였지만 지금은 ‘장미꽃 넝쿨 어울진 비둘기집’은커녕 방 한칸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며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 황실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국사책에나 나오는 까마득한 옛 이야기로 여기는 세상 속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31일 KBS1의 ‘이것이 인생이다’(오후 7시반)는 황손인 그가 요즘 살아가는 모습을 다뤘다. 1941년 서울 관훈동 사동궁에서 의친왕의 11번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6·25 전쟁 전까지만 해도 어려움 없이 자랐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 수립 후 황실 재산이 국고에 환수되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1959년 아버지 의친왕 사망 후 그는 생계를 위해 종로2가 음악 다방에서 DJ로 일하다가 미8군에서 한달에 3만원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인들이 그의 ‘비둘기집’을 부르며 가정을 이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노랫말처럼 다정한 ‘비둘기집’을 짓지 못했다. 세 부인과의 만남은 늘 헤어짐으로 끝이 났다. 그 사이에 두 딸과 아들을 두었지만 딸들은 시집갔고 군대에 갔다온 아들은 아버지를 떠나 엄마와 산다.

요즘 그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지프에 세간을 싣고 이곳저곳을 떠돈다. 밤에는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황실가족보존위원회라는 단체가 마련해준 작은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는 이곳에서 마지막 몸부림과 같은 음반을 준비중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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