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 '짝짓기' 프로, 스타 등용문으로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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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새침하다고 생각되던 여자 연예인들이 철봉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상대를 떨어뜨리기 위해 서로 발길질하며 ‘발악’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다. 결국 선택에서 버림받자 자존심 상해하며 운다.(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연예인 초년병들이 ‘새로운 루트’로 뜨고 있다.

각 방송사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은 솔직하게 상대를 고르거나 반대로 잔인하게 버림받으며 ‘인간적인 연예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떻게 뜨나

이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내숭 떨기보다 철저히 ‘망가지거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 ‘천생연분’에서 ‘빼빼로’를 양끝에서 잘라먹는 게임에 등장한 남녀는 가장 짧은 길이의 과자를 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입술이 닿는 것도 불사한다. ‘밝힌다’는 이미지를 줄까봐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대를 일부러 선택했던 과거 짝짓기 프로그램과 달리, 연예인들은 가장 멋있고 잘 생기고 잘 빠진 상대를 고른다. 유도 코너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모습을 보여준 신인 탤런트 김흥수는 청춘드라마 단역을 벗어나 일일 시트콤(SBS ‘똑바로 살아라’)에 캐스팅 됐다.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은 시청자의 가학적 본능을 만족시키기도 한다. 한 여자 가수는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리를 일자로 찢은 뒤 바닥을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천생연분’) 또 생리대 CF에만 잠깐 출연했던 임성언은 꽃미남 가수 이성진(NRG) 김정훈(UN)에게 낙점 받으며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 째 연속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KBS2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중 ‘산장미팅’ 코너) 그는 최근 SBS 청춘드라마 ‘스무살’에 캐스팅됐다.

짝짓기 프로그램을 통해 신인들이 뜨고 있다. KBS2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중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코너(위)와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사진제공 KBS MBC

●왜 뜨나

짝짓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신인들이 뜨는 이유에 대해 방송작가 김성덕씨는 “시청자들의 훔쳐보기 욕구를 자극적으로 충족시키면서 ‘우리랑 똑같이 ‘막 노는’ 연예인’이라는 친근한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산장미팅’은 잘 알려진 남자 가수 및 탤런트들의 상대 여성으로 얼굴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준 연예인’을 등장시켜 재미를 보고 있다. 임성언 최하나 빈우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경우. 이들은 대학 및 학과 등이 함께 소개되면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괜찮은 여대생’ 이미지로 등장했다. 최하나(22·동국대 일어일문과 3년)는 케이블 TV에서 VJ로 활동하다가 중단하고 지상파 TV 데뷔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경우. 그는 “거침없이 말하는 성격 때문에 캐스팅 된 것 같다”며 “대본 없이 진짜로 맘에 드는 상대를 선택하거나, 선택받기를 기다리며 덜덜덜 떠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중 TV 미니시리즈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 김충 PD는 “낙점 받은 여자 출연자들은 자신을 선택한 남자 연예인의 기존 이미지를 ‘등에 업기’ 때문에 인기몰이가 비교적 수월하다”며 “알려지지 않은 얼굴의 이들을 통해 시청자는 직접 미팅을 하는 것 같은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말했다.

●일단 떴지만…

한 오락프로그램 PD는 “어떤 자질도 검증되지 않은 채 네티즌에 의해 이미지가 급부상된 이들의 인기는 모래성 위에 있는 것”이라며 “떴다고 하지만 결국 드라마나 스테이지에서 냉철한 시험을 거치는 동안 용도폐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탤런트 C양이 최근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구설수에 오른 데서 볼 수 있듯, 자신이 ‘하루아침’에 누리게 된 인기에 어울리는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상대에게 선택받으면 다음 주에도 계속 출연한다는 점 때문에 경쟁력 있는 상대를 고르기보다 지난 주 짝이 된 상대만을 연속적으로 지목,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는 점과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다는 목적으로 더욱 가학적인 게임에 출연자들을 노출시키는 상황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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